나는 성냥이었다
-이석도-
어릴 적 나는 성냥을 닮았다.
어딘가에 부딪치지 않고는
불꽃을 일으키지 못하는 성냥처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의 나는 성냥 같았다.
피운 불꽃 오래 간직하지 못하고
바로 사그라드는 성냥처럼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지 못한 채
곁눈 팔기에 바빴던…
중년의 나는 성냥이었다.
라이터 생겨나자 쓰임새 줄었음에도
여전히 제 화력만 믿었던 성냥처럼
변화 없이 발전 없다 걸 뻔히 알면서도
냄비 속 개구리마냥 변화 싫어했던…
훗날에도 나는 성냥이고 싶다.
박물관 관람하던 손자가 보고도
무엇인지 도무지 모를 성냥처럼
세상사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이름 석자를 가졌던…
하지만
성냥은 슬퍼하지 않는다.
제 몸 살라 세상 따뜻하게 했던 시절
그리워할 뿐.
(2017.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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