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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박고지




박고지

                                                                   -이석도-  


한가위 대목 재래시장

주름 깊은 노점상 할머니 앞

마른 나물 한 뭉치.

 

돌담을 붙들고 초가지붕에 오른 덩굴

달 밝은 밤에 어머니 웃음 닮은 하얀 꽃 피고

보드라운 가을햇살 지붕에 연둣빛 보름달 매달리면

덜 여문 놈 따다 빙글빙글 돌려 깎인 긴 끈이 되어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린 채 말라가던

속살 뽀얀 엄마표 박고지.

 

들깨가루 물이 자박한 박고지 나물


자식 입맛을 돋우러 왔을까

추석 앞둔 시장에서

엄마를 만난다.

 

(2017. 9. 23.)

※ 心象 541호(2018년 11월)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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