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계
-이석도-
도보여행 떠나면서
동행할 친구 찾아 서랍을 뒤진다.
밤낮을 구분 못하는 놈
팔다리 끊어진 놈
아예 숨 멎은 놈
한때 가까웠던 친구 여럿 있지만
데려갈 성한 놈 하나 없다.
한숨 지으며 서랍 닫을 찰나
사알짝 고개 내미는 40년 知己
구식이다 자동이 아니라며
잊은 지 이십 년도 훨씬 넘었건만
태엽을 감자 기다렸다는 듯
콩닥콩닥
갓난아기 심장 같다.
일 초의 오차도 없다.
새로움에 빠져
편리함에 길들여져
잊고 있던 소중함이 아지랑이처럼 필 때
사십 년 전
그때의 신부가
수줍은 듯 살짝 드러내는 하얀 이
참 곱다.
(2017.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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