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7. (수요일)
시야가 확 트인 날이다.
며칠 전까지만해도 거의 매일 미세먼지가 아니면 황사가 기승을 부려 온 하늘이 누리끼리 하고, 집 가까이 있는 청계산과 구룡산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하늘이 본연의 색깔을 찾은 덕분에 햇빛은 더 따깝지만 눈앞이 환한 날이다.
오늘은 내가 詩를 공부하는 심상문학회에서 봄소풍 가는 날.
4월 중순 경 『심상 문학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런 공지를 했다.
* 5월 17일 창경궁 봄소풍,
* 7월 6일∼7월 7일 심상 해변시인학교
나는 이 공지를 보면서 손주들 땜에 행사마다 다 따라갈 수는 없는 형편이라 창경궁의 봄소풍 에는 가지 않고, 7월 6일부터 시작하는1박 2일의 해변시인학교에는 꼭 참석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우짜노?
일주일쯤 전일까? 고교 동기들의 산행모임인 이륙산악회에서 2년 전부터 회비를 적립하면서 추진하고 있었던 白頭山 산행의 출국일이 7월 6일로 확정되었다는 연락이 왔으니…
그런던 차에 문학회의 봄 소풍 장소는 창경궁에서 과천에 있는 서울 대공원으로 변경되었다.
꿩 대신 닭.
대공원역 2번 출구 앞 10시 30분
약속시간이 가까워지자 낮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몇 분이 모이자 안내자는 먼저 출발하란다.
大路를 걸어 대공원으로 향했다.
평일인 수요일인데도 대공원을 찾는 이들이 꽤 많았다.
한참을 걸어 양귀비 화초밭을 지나 과천 저수지를 끼고 언덕길을 따라 소나무숲을 지나자 잔디밭이 나타났다.
그곳엔 벌써 박동규 교수님과 여럿 회원들이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오신 분들을 도와 잔디밭에 놓여있는 나무탁자를 한곳으로 모아 자리를 만들고 돗자리를 깔고…
박동규 교수님의 인사말씀과 함께 행사는 시작되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번출구를 나오자 낮익은 사람들이 보였다.
수요일인데도 대공원으로 향하는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연세 지긋해 보이는…
대공원 입구에는 이처럼 화사한 양귀비꽃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이첨럼 물이 가득한 과천 저수지를 끼고 돌아
길옆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버도 보고…
도착한 행사장
행사장 옆에는 이처럼 멋진 호수도 있으니 Good!
인사말씀을 하시는 박동규 교수님
6,70년 전, 초등 중등학교 시절의 소풍을 떠올리며 어머니께서 싸주셨던 도시락이야기도…
老松 사이로 이처럼 파란 하늘도 보인 날씨였다.
잠실의 여성회원들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합창을 하자
강남팀 여성들이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동그라미 그리려다…" ‘얼굴’을 부르고
이젠 독창 시간…
잠시 후 도시락이 도착했다.
소풍에서는 도시락 먹을 때가 최고…
죽만 파는 줄 알았는데, 본죽에서는 이런 도시락도 주문 받는단다.
맑은 하늘의 날, 바람 시원한 老松 그늘에서 文友들고 함께 먹는 도시락.
그맛이야 오죽했으랴.
도시락에, 갖가지 과일에, 또 맛난 과자들까지의 즐거운 점심시간은 흘러가고…
이제 自作詩 낭송시간
前 회장님의 自作詩 낭송에 이어
나도 한 편의 自作詩를 낭송했는데,
며칠 전에 썼던 [참 재미난 세상]이었다.
[참 재미난 세상] -이석도-
걷는 사람/ 달리는 운동화/ 바람 가르는 은빛 바퀴…/
새벽마다 양재천변 땀에 젖는다// 온종일 헬스장 뻘뻘 땀 흘리고 있다.
무심한 가슴으로 쇠뭉치를 들었다 내린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제자리걸음 걷는다. //
배 꺼진다고 방귀도 용껏 못 뀌게 하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다시 살아오시면/ 양식 걱정 태산이겠다./ 깔깔깔
詩 낭송에 이어 소풍의 하이라이트
앙꼬 없는 찐빵 없듯, 소풍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보물찿기가 시작되었다.
호숫가 50여 m 사이에 석 장의 메모지를 숨겨 놓았단다.
선물은 백화점에서 구입한 고급 손수건.
보물찾기에 나선 회원들…
젊어야 50대, 아니면 60대, 70대 후반까지인 회원들의 표정은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었다.
보물을 찾아 나선 회원들.
바위틈이랑 나무둥치 등 보물이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찾아보지만 어디 숨었는지…
잔디밭에서 만난 네잎클로버의 행운일까?
3개밖에 되지 않는 보물인데, 그 중 내가 한 개를 찾다니…,
스승의 날은 이틀이나 지났다.
하지만 늘 우리들에게 抒情詩의 진수를 가르치기 위해 애쓰시는 박동규 교수님.
함께 스승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조그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우리에게 좋은 詩를 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시는 교수님의 마무리 말씀.
단체 사진…
이렇게 봄소풍은 끝이 났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작되었던 봄소풍
모내기를 막 끝낸 논에서 작은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아기 모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빙 둘러앉아 수건을 돌리던 모습이랑 보물을 찾아 곳곳을 샅샅이 헤매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보기에도 좋았지만 닭고기, 쇠고기 등 맛난 반찬의 도시락이랑 과일, 별 맛난 과자를 입에 넣을 때는, 고기는 언감생심이고 햄, 소세지가 이 뭔지도 몰랐던 그때, 나물 몇 가지밖에 들지 않았지만 참기름을 듬뿍 발라 반질반질해진 김밥 두어 줄에 삶은 계란 한두 개랑 1,2십원했던 것 같은 사이다 한 병이면 최고의 소풍날이 되었던 시절이 얼마나 그립던지…, 또 젊디 젊었던 그 때의 어머니가 떠오를 땐 이제는 아니 계신 어머니가 얼마나 보고 싶던지 목이 메일 지경이었다.
아쉬운 한나절의 소풍.
무척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었다.
회장님과 총무님 등 집행부의 정성을 다한 노고 덕분에
일상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心身을 푹 쉴 수 있었는데다
스승님의 응원을 받고 또 詩를 많이 쓰라는 격려와 함께 두툼한 노트까지 선물 받았으니…
오늘따라 서산너머로 반쯤 몸을 숨긴 석양 주위에는 불그스레 물이 든 구름들이 더 많이 보였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 구름들도 마치 소풍 나온 것 처럼 보였다.
머리 희끗희끗한 우리들처럼 구름도 황혼의 소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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