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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은규의 화상(火傷)

 지난 일요일 점심 때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세라를 만났다.

세라가 대뜸 말하길

"아빠, 은규가 다쳤대."

"은규가 다치다니?"

"정수기의 뜨거운 물에 데여서 병원에 갔다네…"   

 

'도대체 얼마나 데였기에…'

'솜털보다 부드럽고, 비눗방울 만큼이나 연약할 아기 피부에 뜨거운 물이라니…'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놀랐을까? 막 두 돌을 지난 우리 은규인데…'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었지만 은규 엄마와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서야 카톡에 사진이 날아들었다.

은규의 왼손 전체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그런데 은규가 붕대 감은 손을 치켜든 사진과

붕대를 감고도 환히 웃는 사진이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 전화기가 울렸다.

은규 엄마, 보라였다.

할 일이 좀 있어 사무실에 나가면서 은규를 데려갔는데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은규가 정수기의 온수버튼을 눌렀단다.

사무실의 정수기라 온수버튼에 안전장치가 없단다.

정신없이 은규를 데리고 대치동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으로 갔단다.

치료를 받는 동안 은규가 펑펑 울었단다.

'얼마나 따가웠을까?'

하지만, 치료가 끝나고,

붕대까지 감자 은규는 예전의 은규로 돌아갔단다.

온갖 예쁜 짓을 다하고 있단다.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런 은규는 붕대 감은 손을

내밀면서 아야 했다며 "하부지, 호∼ 해주세요." 했다.

 

보라를 나무랐다.

'은규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다고….'

만약 집사람이나 내가 돌보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면,

'엄마 아빠는 은규 제대로 보지 않고 뭣 했냐며, 원망하지 않겠냐고…'

 

월요일에는 은규가 병원에 갈 때, 나도 따라 갔다.

의사는 화상 입은 피부를 사정없이 뜯어내고 약을 발랐다.

'얼마나 따가울까?'

은규의 몸부림을 힘으로 제압했지만

엉엉 소리내어 울며 쏟아내는 손자의 눈물을 볼 때는

얼마나 안쓰럽던지, 할아버지의 마음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 같았다.

월요일의 치료가 끝나고 붕대를 감았다.

이 날은 붕대 밖으로 엄지손가락

하나를 남겨 두었다.

 

수요일엔 어린이집 등원 전에 병원에 들렀다.

붕대를 풀고 치료를 시작한 의사가 말했다.

"상처가 깊지 않아 흉터는 남지 않겠네요."

'휴∼, 다행이다.'

붕대감은 손엔 손가락 다섯 개가 모두 보였다.

 

오늘 우리 은규는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도

원준이 형아를 따라 앞구르기를 하고

노래부르며 박수를 잘 친다.

 

어린아이들을 돌볼 때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될일이다.

사고는 눈 깜짝할 새 일어난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특하 아기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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