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사과와 바나나를 조그맣게 썰고, 귀여운 작은 귤 하나를 깐다.
볶은 땅콩 몇 알이랑 귤, 사과, 바나나를 밀폐용기에 담고, 어린용 하루야채와 빨대를 비닐봉지에 넣으면 준비 끝.
3∼40분을 달려 지하 4층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3층으로 올라 간다.
엘리베이터는 왜 이리 느린지…, 3층에 가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창문을 통해 살며시 들여다 보는 아이들의 천국, 노랑반.
우리 은규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다.
한참을 넋놓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은규와 눈이 마주친다.
그제서야 "하부지∼" 하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우리 은규.
잠시 은규랑 놀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은규의 하루일과를 전해듣고 하원을 서두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내 차를 가리키며 "하부지 차네" 하고는 곧 꼭 묻는다.
"야구트(야쿠르트) 가져왔어? 귤 가져왔어?"
뒷자리 시트에 앉힌 다음, "짠∼" 하며 비닐봉지를 내밀면 우리 은규 얼굴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오늘은 "어, 야채네, 귤이 있네, 사과도 있네, 바나나가 있네, 땅콩도 있네."
지난 주말 두 돌을 지난 은규는 최근 말이 많이 늘더니, 구사하는 단어도 부쩍 많아졌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은규는 맛나게 과일을 먹으면서 CD에서 나오는 동요를 군데군데 따라한다.
박수를 치고 몸까지 흔들면서…
이때쯤이면 지금까지 노래를 멀리하고 살았던 내가 나도 모르게 은규를 따라 흥얼거리는 시간이다.
"하머니집 다 왔네."
은규의 목소리에 CD를 끈다.
이런 걸 나이들어서의 행복이라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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