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3.(수요일)
오후 4시,차를 몰고 집을 나서는데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오늘 뿐 아니라 은규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 시간이면 늘 그랬다.
오죽했으면 집사람이 이렇게 말했을까?
"꼭, 애인 만나러 가는 것 같애"
그런데 이틀을 결석한 은규를 데리러 가는 오늘은 더 설렜다.
늘 다니던 도로의 정체가 심해 방배동을 거쳐 한강대교를 넘어 갔더니 45분이나 걸렸다.
선생님이 "은규야! 할아버지 오셨다."고 말하자
놀이방에 있던 은규가 환히 웃으며 두 팔을 벌려 달려왔다.
"하부지!" 하면서 내 품에 안긴 은규는 이내 내 손을 끌고 수족관으로 데려가고…
수족관에서 고기를 세고, 장난감 자동차를 타며 하는 행동이 모든 걸 자랑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같이 놀았는데도 더 놀고 싶은 모양이다.
집에 가자며 양말을 신기려하자 "씨어, 씨어"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이 은규의 일과를 알려준다.
"은규가 등원하면서 아빠랑 헤어질 때 울듯말듯 하다가 안 울었어요.
오전 간식은 2/3쯤 먹었고, 점심은 잘 먹었어요. 낮잠은 1시간 반쯤 자고는 다른 아이의 울음소리에 깼어요.
기침은 조금밖에 하지 않았지만 콧물은 많이 흘리네요. 하지만 종일 친구들과 씩씩하게 잘 놀았어요.
감기약은 아침 때, 점심 때 이렇게 두 번 다 먹였어요."
지난주말 엄마, 아빠를 따라 여기저기 다닌 게 은규에게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일요일에 잔기침을 좀 하고, 콧물을 조금 흘리던 은규가 결국 어린이집에 가지 못해 우리가 데리고 있었다.
콧물은 줄줄, 쉼없이 나오는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까지 들리니 너무 안쓰러웠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잘 먹지도 않고 칭얼댔다.
잠시만 내가 보이지 않으면 "하부지"를 연발했다.
최대한 쉬게 하느라 낮잠을 재워보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고…
소아과에 데려갔다.
예상대로 감기라고 하면서 이틀치 처방을 내렸다.
다음날,
은규는 감기증세는 더 심해져 어린이집에 또 못 갔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되었는데,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의 결석이다.
집사람과 함께 소아과에 데리고 갔더니 나흘치의 처방을 해주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기침이 좀 잦아들면서 조금씩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엄마가 퇴근해 왔을 때는 꽤 괜찮았다.
오늘은 아빠가 출근길에 데리고 갔단다.
감기가 심해지면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등원을 시켰단다.
혹시나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했더니…
우리 은규가 감기를 이겨낸 것이다.
콧물은 조금 남았지만 얼굴은 맑고 밝았다.
뒷좌석 아기용 카시트에서 종알종알대던 은규가 조용해졌다.
실내 거울에 비치는 은규의 잠든 모습이 오늘따라 더 예뻤다.
손주의 건강한 모습만 봐도 행복해지는 게 할아버지인가 보다.
(오늘은 등원한 우리 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