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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7. 월요일.
우리 은규가 4월 8일부터 다니기 시작한 아빠의 회사, LGU+ 어린이집.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5단계의 적응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마침내 지난 금요일 5단계까지의 적응기간을 별 어려움 없이 끝내고 오늘 출근하는 아빠 차를 타고 등원을 했다.
1단계는 며칠동안을 아이가 어린이집에 정을 붙이도록 보호자가 함께 등원해 한두 시간을 같이 놀다 같이 하원하는 것이었는데, 나와 집사람이 은규랑 함께 등원해 같이 있었는데 장난감이랑 놀이기구가 많으니 은규는 아주 신나했다. 2단계는 같이 등원한 보호자가 놀이방 밖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은규랑 같이 등원한 집사람과 내가 다른 보호자들과 함께 창 너머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모습이랑 아이들끼리 장남감 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은규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환히 웃으며 쪼로로 달려나와 품에 한번 안기곤 다시 쪼로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보호자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은규가 다른 아이들 보다 잘 적응하는 것 같다며 선생님은 우리에게 어린이집에서 기다리지 말고 아예 밖에서 기다려 보란다. 혹시 은규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으면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면서…. 보호자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며불며 떼를 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던데 은규만의 3단계 진입인 셈이다. 나와 집사람은 사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사내 도서관에서 책도 보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오전 간식이 끝나면 은규를 데리고 하원을 했다.
오전 간식은 물론 점심까지 먹은 다음 하원하는 4단계, 은규를 등원시킨 후 바로 나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여유로운 오전일과. 선생님으로부터 단 한번도 전화가 오지 않을만큼 은규는 적응을 잘 했다.
마지막 5단계, 은규 아빠가 출근하면서 은규를 데려가 등원시키면 간식과 점심을 먹인 다음 낮잠까지 재우는 단계다. 그러면 우리가 오후 3시를 전후해 은규를 데려오는 것이다. 늘 같이 따라 다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없으니 은규는 아빠와 떨어질 때 잠시 울곤 한단다. 그러나 금방 그치고는 놀다 점심도 잘 먹고 낮잠까지 잘 잤다고 한다.
5단계의 마지막 날인 지난 금요일엔 은규 아빠의 출장으로 내가 등원을 시켰다. 혼자 뒷자리의 카시트에 앉은 은규는 영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동요를 틀어주고 바깥 풍경을 이야기해주지만 시큰둥했다. 9시가 다 되어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떨어지기 싫다는 듯 내 품에 꼭 안겼지만, 수족관의 물고기를 보여주는 등 한참 같이 놀아준 다음 놀이방 안의 장남감을 보여주며 들어가도록 하자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빠이빠이 손을 흔들었다.
오후 3시쯤 데리러 가자, 조금 전에 일어났다는 은규는 빙그레 웃으며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집에 가자고 했더니 더 놀고 싶은지 내 손을 끌고 다니며 자전거도 타고, 장난감 말도 타는 걸 보니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았다.
등원-오전간식-점심-낮잠-오후간식-하원
오늘은 풀코스가 이루어지는 첫날이다.
은규가 그간의 적응기간을 잘 마친데다, 세 분의 노랑반 선생님이 10명의 노랑반 아이들을 돌보는지라 세심하게 잘 보살피고 있으니 걱정을 안 해도 되는데…. 우리 집에서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노는 것보다 어린이집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미있고, 언어발달이나 사회성을 키우는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4개월 간 이른 아침부터 은규를 데리고 와서 함께 뒹굴었던 우리 부부도, 은규를 데리러 가는 오후 4시까지는 집안일, 운동, 색소폰 연습, 블로그 정리는 물론 볼일 보기 등 그동안 게을리했던 일들을 하면서 제법 여유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침부터 은규가 보고싶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울지 않고 등원은 잘 했을까? 잘 놀고 있을까?'
'점심은 잘 먹었을까? 낮잠은 얼마나 잤을까?'
할아버지의 쓸데없는 걱정은 끝이 없다.
정작 적응기간이 필요한 사람은 은규가 아니라 내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