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8.(목요일)
드디어 은규가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은규 엄마가 복직한 후로 4개월 가까이 우리와 함께 지냈는데…
두 돌이 되는 올 9월까지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우리가 맡고 싶었는데…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를 잘했다 싶었는데…
몸은 조금 힘이 들었지만, 아프지 않고 잘 자라는 손자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훨씬 컸었는데…
은규 아빠가 회사에서 직장 어린이집 유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혹시'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다는데 선정이 된 것이다.
4월 8일 은규가 첫 등원하는 날엔 출근하는 은규 아빠와 은규 엄마 그리고 집사람까지 따라갔다.
적응기간이라 행사와 수업은 없었지만, 어린이집 시설을 둘러보고,
선생님을 만나고 온 집사람은 매우 만족해 했다. 첫날인데도 은규가 낮설어 하지 않고 잘 놀더란다.
집에 오지 않으려고 할 만큼.
둘째 날인 오늘은 나도 집사람과 함께 따라갔다.
집에서 승용차로 30여 분 걸리는 LGU+ 신용산 사옥은 최근에 신축한 최첨단 빌딩이라 웅장했다.
이 빌딩의 3층에 LGU+에서 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이 있었다.
어린이집도 무척 넓고, 산뜻한 분위기에 쾌적했다.
등록된 아이들은 총 23명이고, 원장을 포함해 8명의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본다고 했다.
우리 은규는 노랑반이었다. 가장 어린 아이들의 반이었다.
노랑반의 아이들은 10명인데, 3명의 보육교사가 이들을 돌본단다.
노랑반은 물론 각 반의 방마다 갖가지의 장난감이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과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좋은 시설에서 세 분의 좋은 보육교사들이 10명의 아이들을 볼본다니 걱정이 싹 사라졌다.
노랑반의 세 분 선생님들은 아이들 졸졸 따라다니며 정을 붙이느라 애를 썼다.
은규는 온갖 장난감이 다 있는 어린이집이 아주 좋은 모양이다.
또, 또래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모양이다.
참 다행이다. 혹시 거기서도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찾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한 시간 삼십 분쯤 지나 한창 잘 놀고있는 은규를 데리고 집으로 출발했다.
아빠 출근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서 신나게 놀았으니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차 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어린이집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인데다, 선생님 한 분이 서너 명의 아이밖에 맡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을 테니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아동학대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은규에게도 하루 종일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지내는 것 보다는 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훨씬 좋으리라.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은규를 데리러 가는 오후 서너 시까지는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곧.
껌딱지처럼 늘 붙어있던 손자라 시도 때도 없이 보고파지고, 궁금해지겠지만…
은규의 등원을 보면서 비온 뒤의 죽순처럼 쑥쑥 자라는 손자를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