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규가 아프다.
생후 14개월을 조금 넘긴 은규지만 은규 엄마 보라가 복직을 한다면….,
밖에 나갈 일이 많은 나와 집사람은 은규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걸 내심 좋아했다.
세 돌까지는 엄마가 아니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보는 게 좋다는 걸 잘 알면서도.
보라가 출근하면서 은규를 우리에게 맡기면 10시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 4시에 하원시켜 데려와 같이 있으면, 보라가 퇴근해서 데려가기로 했으니,
그러면 낮의 6시간 정도 우리는 자유롭게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괜찮을 것 같았다.
12월 12일 복직을 앞둔 보라는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은규가 다닐 어린이집을 찾아냈다.
그리곤 며칠동안 은규를 어린이집에 데려가서 한 시간씩 적응을 시켰다.
어린이집에서는 아기들이 몇 있었지만, 14개월인 은규가 제일 어렸단다.
어린이집에 며칠 데려다니던 은규가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콧물을 심하게 흘리는 아기가 한 명 있다더니, 옮았을까?
다음날은 콧물에 기침까지…
동네 소아과에서 기관지염으로 진단하고 약을 처방했다.
며칠 소아과에 다니는 동안 밤에는 좀 칭얼대지만 낮엔 잘 놀았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엔 잘 놀다가도 처져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지난 목요일은 보라가 복직을 앞두고 종합검진 받는 날.
은규를 일찍 우리에게 맡기고 검진센터로 갔다.
우리 집에 온 은규는 통 먹지를 않고 축 처져 있었다.
끙끙 앓는 소리는 너무 측은하게 들렸다.
동호회에 나가 색소폰 레슨을 받고 집에 왔더니 아무도 없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보라와 함께 은규를 데리고 삼성서울 병원 응급실에 왔단다.
소아응급실은 아이들과 데려온 부모들로 꽉 찼다.
침대는 말할 것도 없고 빈 의자조차 없었다.
은규는 응급실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입원실로 옮겨졌다.
기관지염이 폐렴으로 발전했단다.
산소 체크기에, 산소호흡 보조기를 달고, 하루 종일 수액을 맞는 은규.
어제까지는 금식기간이라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으면서도 아무것도 먹을 생각 않던 은규.
종일 끙끙 앓는 소리가 얼마나 애처롭고 가슴이 미어지던지, 힘겨워하는 은규를 보면서
은규를 대신해 나를 아프게 해달라고 수 없이 빌었다.
다행히 우리 은규는 잘 이겨내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하룻밤, 병실에서 사흘밤을 보낼 우리 은규는
아마 내일, 월요일에는 퇴원을 할 것 같단다.
참, 다행이다.
은규가 돌아오면 온갖 사랑을 다 쏟아 건강한 아이로 키워야겠다.
그래서 집사람과 나는, 은규를 두 돌 때까지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하고 싶은 일은 좀 줄이든지 미루기로 했다.
무슨 일이든 은규를 돌보고 남는 시간에 하기로 했다.
집사람은 손자들이 최우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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