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가 출근을 좀 늦게 한다기에 9시 반에 은규를 데리러 갔다.
현관문을 열자 마루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은규가 활짝 웃으며 반겼다.
어제 종일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먹고, 잘 놀았던 은규.
그런데 어제 보라가 퇴근해 우리집에 들러 은규를 꼭 안자 소리내어 서럽게 울더란다.
15개월밖에 안된 은규가 엄마 보고싶은 마음을 가슴속에 깊이 묻어두었던 모양이다.
은규를 데리고 오자,
집사람은 김장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나는 은규를 보살펴야 되기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집사람이 많지 않은 양이지만 김장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은규에게 아침을 먹이고, 과일이랑 요플레도 먹였다.
온 장난감을 다 꺼내 은규를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잠시도 그냥있지 않고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고
손에 잡히는 게 있으면 다 꺼내고 던지고 할 뿐 아니라,
아무데나 올라서는 은규를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으니…
재미있게 놀고 있는 은규를 보고 있자니
'은규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에서 아무리 잘한다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 만큼 잘 할 수는 없겠지 싶었다.
문득 은규와 원준이에게 맛난 전복죽을 끓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영양이 많을 발아현미 전복죽을 끓여야지 하는…
양재 하나로 마트에 장보러 가는 집사람에게 전복을 사오도록 당부하고
나는 현미를 발아시킬 준비를 했다.
현미발아는 현미를 씻어 5∼6시간을 물에 담궈 불린 다음
하루 정도 싹을 틔워야 하기에 현미 3컵을 씻어 불에 담궈두었다.
12시가 넘었으니 낮잠을 재워야 할 시간이다.
잘 놀고 있는 은규를 안고 재우려 하지만 자지 않겠다고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어깨띠까지 했으니…
금방 조용해진다.
살며시 보니 눈을 감았다.
'오늘은 바닥에 눕혀 재워야지…'
깰새라 조심조심 눕히자 은규는 황급히 눈을 떠 할아버지를 쳐다보지만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리자 이내 스르르 눈을 감는다.
옆에 앉아 은규의 자는 모습을 보고, 조그만 손도 만져본다.
천사가 있다면 이 만큼 이뿔까?
세상에 무엇이 이 만큼 부드러울까?
은규의 손을 잡고 있으면 나의 시름과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마는 걸 보면,
어쩜 내가 은규를 돌보는 게 아니라, 은규가 나를 돌보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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