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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2014.12.15. 월요일

아침운동을 마다하고 잔 늦잠에서 깨어나니 9시가 넘었다.

은규를 데리러 가야겠다 마음먹고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데

집사람이 은규를 꽁꽁 싸매 안고 집에 들어섰다.

지난 주에는 보라와 병돈이가 출근하면서 은규를 우리 집에 데려다 주었는데,

그러다 보니 은규가 일찍 잠을 깨서 안 잔다면서 어제 저녁에 

"은규가 더 잘 수 있도록 엄마나 아빠가 우리집에 좀 일찍 와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집사람은 아침운동을 마치자마자 7시 40분경 은규네로 갔지만,

은규는 벌써 일어나 있어 재우려 했으나 허사였단다.

 

나는 입원하신 어머니를 보러 대구에 다녀오느라…,

우리 은규는 토요일엔 엄마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오고

일요일엔 중곡동 할아버지 집이랑 고종사촌의 백일잔치에 다녀오느라 서로 바빴던 주말

사흘만에 할아버지를 만나는 은규는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환히 웃는다.

할머니 품에서 내린 은규가 할아버지를 향해 기어올 때

우리 집 뽀미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은규에게 달려가고…

너무 은규 가까이 달려드는 뽀미에게 "야, 이놈!" 하고 야단쳤다.

그런데 은규도 "이놈!" 하고 소리치지 않는가, 발음이야 좀 서툴렀지만.

아기들은 보고 들으며 자란다고더니…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은규 앞에서는 말 한 마디라도 예쁜 말로 해야겠다 싶었다.

은규는 침이랑 간식도 잘먹고 오전 내내 아주 잘 놀았다.

지난주처럼 12시 20분이 되자 내 품에 안겨 금방 잠이 들었다.

정확히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난 은규는 잠시 들른 이모와함께 점심도 잘 먹는다.

은규가 이모랑 잘 놀고 있을 때, 집사람은 내게 색소폰 연습이나 다녀오라고 했다.

'가기 싫은데…, 낮엔 은규랑 놀고, 은규가 집에 간 뒤에 연습하러 가도 되는데…'

집사람에게 은규가 간 뒤, 밤에 연습하러 가겠다고 했더니,

"당신 밤에는 블로그 써야되잖아요. 은규 걱정일랑 마시고 지금 다녀오세요." 했다.

할 수 없이 동호회에 나갔지만

며칠 동안 하지 못한 연습을 하다보니 세 시간이 후딱 지났다. 

진눈깨비가 펑펑 내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부루커리를 샀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원준이도 엄마랑 함께 집에 왔있었다.

다섯 살배기 원준이가 두 살자리 은규를 얼마나 잘 데리고 노는지

둘이는 번갈아 커텐 뒤에 숨었다가 얼굴을 내밀면서 깔깔깔 소리내어 웃는다.

이종사촌인 원준이와 은규가 즐겁게 노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은규가 형아랑 함께 저녁까지 맛있게 다 먹자 은규 엄마가 퇴근해 왔다.

8시밖에 안되었는데, 은규는 낮에 재밌게 노느라 피곤했던지 졸린다고 떼를 쓰고

목욕을 시키기 위해 기저귀를 벗기던 보라는 벌겋게 된 은규의 엉덩이를 보더니

응가 독 때문이란다. 천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은규가 가고나자 집사람과 둘만 남은 우리 집은 마치 절간 같았다.

서둘러 아기들이 흩어논 장난감과 놀이감을 정리정돈하고는 집안청소까지

 

감기 기운이 있다는 집사람이 일찍 잠자리에 들자,

나는 며칠 미루었던 발아현미 전복죽을 끓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한번 더 확인을 하고는 먼저 다시마를 찾아 육수부터.

다음은 사흘 전부터 발아시킨 현미를 수돗물에 가볍게 씻었다.

그런데 사흘간 발아시켰는데도 름이면 하룻만에 자랄만큼밖에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전복 준비.

그런데 냉장고를 아무리 뒤져도 전복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내가 당부해 집사람이 하나로에서 분명히 사왔는데…,

그렇다고 일찍 잠자리에 든 집사람을 깨울 수도 없고…,

온 냉장고를 다 뒤지고 난 뒤 김치냉장고까지 샅샅히 뒤져서야 찾았다. 

전복도 깨끗이 손질해 두고….

그 다음엔 야채 준비

레시피에는 야채가 당근, 표고버섯, 부추, 마늘 등이었지만  

아기들이 먹을 거라 나는 당근과 표고버섯 그리고 아기들에게 좋다는 부루커리를 준비했다.

아기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발아현미를 믹스기로 갈고,

전복도, 야채도 모두 믹스기로 아주 잘게 갈아 논 다음.

참기름을 두르고 갈아 두었던 전복을 살짝 볶다가 발아현미 가루를 섞었다.

전복과 발아현미를 조금 볶다가 만들어 두었던 다시마 육수 6컵 정도를 부었다.

한창 끓고 있을 때 믹스기로 갈아 두었던 야채를 몽땅 넣었다.

센불을 중불로 바뀌고 휘휘 젓고 있는데 집사람이 방에서 나왔다.

"이시간에 뭐하세요?"

"은규랑 원준이 먹일 발아현미 전복죽 끓이고 있어."

"전복 몇 마리 했어요?
"네 마리"

"쌀은?"

"발아현미 두 컵"

"네 마리에 두 컵? 쌀이 너무 적어요. 그리고 현미는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아기들한테는 안 좋을 텐데…."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잔소리 그만 하시고 들어가서 마저 주무세요."

집사람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죽은 한창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이건 전복죽이 아니라 모양이나 묽기가 꼭 야채수프 같았다.

살짝 맛을 봤다.

야채의 풋내가 나는 것 같고 뒷맛이 약간 매운 듯했다.

밥솥을 열어보니 남은 밥이 있었다. 죽이 너무 묽기에 밥을 두 주걱이나 넣고는 푹 더 끓였다.

12시 30분이 넘었다.

슬슬 눈이 감기려 했다.

밥을 두 주걱이나 넣은 전복죽은 제법 뻑뻑해졌다.

그렇지만 집사람이 한번씩 끓이곤 했던 그런 전복죽이 아니었다.

집사람이 만든 전복죽의 고소함은 없고, 뒷맛은 여전히 조금 매운 듯 했다.

'고추도, 마늘도 넣지 않았는데, 왜 매울까?'

'현미가 매울 리 '없고…,'

'전복도 매울 리가 없는데…,'

'달싹한 당근이 매울 리도 없고,'

'표고버섯도….'

'그렇다면, 부루커리를 데치지 않아서?'

맛이 좀 덜 하더라도, 조금은 맵다하더라도.

우리 원준이와 은규가 발아현미 전복죽맛있게 먹었으면….

할아버지가 세 시간이나 끓인 영양죽인데, 그것도 한밤중에.

 

사흘동안 발아시킨 현미 

 겨우 요만큼 발아…


 

 

 

 

 

 

 

 

 

 

 

 

01

02

03

전복 4마리 

손질해 썰어 두고 

전복껍질까지 넣어 육수를… 


 

 

 

 

 

 

 

 

당근, 표고버섯, 부루커리

                   믹스기로 갈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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