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2. 월요일 오늘은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엄마 아빠가 출근하면서 우리 집에 맡겨진 내 손자 은규. 집사람마저 서울 정토회로 동지법회를 갔으니 집에는 은규와 나만 남았다. 아침과 간식을 잘 먹고는 장남감이란 장난감은 다 꺼내놓고 두어 시간째 신나게 놀고 있는 은규의 낮잠시간이 되었다. 어깨띠를 두르고 은규를 가슴에 안았지만 잠자기 싫다는 듯 몸부림을 쳤다. 둥실둥실 흔들며 자장가를 부르고, 내가 만든 주문을 반복했다. "우리 은규는 지혜롭고 자비로우며, 건강하고 긍정적인 행복한 아기입니다." |
자지 않으려 버티던 은규도 어쩔 수 없었던지 연거푸 하품을 몇 번하고는 곧 고개를 파묻었다.
흔들리면 깰새라 조심조심 이부자리에 눕히고는 토닥토닥….
이내 쌕쌕거리는 걸 보니 신나게 노느라 꽤 곤했던 모양이다.
잘 자고 있는 은규를 보고 있자니, 며칠 전 인천의 한 어린이 집에서 있었던 아동학대 뉴스가 떠올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인천시 남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두 살짜리 아들이 보육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부모의 신고를 접수해 수사했는데, 12월 17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의 CCTV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47세의 女 보육교사가 A군을 포함한 원생 2명을 차례로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CCTV 동영상에는 이 보육교사는 피해아동이 낮잠을 자지 않고 울며 떠든다는 등의 이유로, 뛰어다니는 아동을 낚아채 안은 뒤 자신의 머리 높이까지 번쩍 든 후 약 1m 앞에 있는 사물함 쪽 바닥에 내리꽂듯 피해아동을 앉히는 보육교사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동의 다리가 위로 젖혀질 만큼 강하게 내려꽂는 행동을 수차례 반복한 B씨. 옆에 있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눈을 떼지 못하는 반면, 함께 있던 동료교사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피해아동들은 현재 정신치료를 받고 있고, 한 명은 발부분의 타박상으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는데 걷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보육교사는 그 아이가 자기의 자녀였더라도 그리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을까?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어린이 학대 뉴스엔 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우리 원준이 엄마와 은규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보육(保育)은 어린이들을 돌보아 기른다는 뜻이고,
돌본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핀다는 뜻이며
보살핀다는 건 정성을 기울여 보호(保護)하며 돕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호(保護)는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잘펴 돌보는 것인 만큼,
곧, '보육은 어린이들에게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않도록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 기른다.'는 걸 말한다.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잘 돌보면서 소임을 다하는 보육교사들이 대다수겠지만, 이번 학대 사건처럼 몰상식한 보육교사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어린 아이들을 돌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자신의 아이들도 한창 말을 듣지 않고 애를 태울 때는 한 대씩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그래서일까? 지난날 어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뉴스를 접하고는 '아이들이 오죽 말을 듣지 않았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 아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거나 한 대쯤 쥐어박었다면 모르되, 아이들에게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않도록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 보살펴야 할 보육교사란 사람이 어떻게 두 살배기 아이가 낮잠시간에 자지 않고 떠든다고 이 아이를 머리높이까지 들었다가 내동댕이치 듯 다룰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자식을 키웠을 40대 중반을 넘어선 여성 보육교사가….
동료 보육교사들 또 어떠했던가? .
그 어린이집에서는 얼마나 이런 학대가 비일비재했길래, 동료교사들은 학대행위에 놀라거나 말리기는커녕 대수롭지 않은 듯 자기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니 이들 또한 같은 통속들이 아닌가 싶었다.
그나마 부상에 그쳤으니 망정이지 정말 더 큰 일이 날뻔 했다.
자고로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는데….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고 인천 어린이집처럼 여전히 곳곳에서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은규를 두 돌까지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우리가 돌보기로 하길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지금은 우리가 돌보지만, 두 돌이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텐데…, 그때는 어쩌나 싶었다.
그리고
어린 아동을 학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죗값을 치루어야 겠지만, 특히 아이들을 돌볼 소임이 있는 사람이 학대를 하는 경우는 물론 인천 어린이집의 동료교사들처럼 학대를 좌시하는 경우에는 몇 십배의 가중처벌을 받도록 하면 이런 일들이 없어질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처럼 어린이집이 필요없고, 유치원도 필요없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보육을 남에게 맡기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제발 부모들이 마음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면서, 더 나아가서는 모든 어린이들이 옛날처럼 남의 손에 맡겨지지 않은 채 가족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세상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2014년, 갑오년의 내 동지기도였다.
·······················
할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낮잠에서 깨어난 은규가 나를 쳐다보며 배시시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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