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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잠자는 은규를 보면서…

 

 

 

月,水,金요일은 은규엄마 수영가는 날.

이날들이면 은규엄마, 보라가 수영가는 시간부터 은규는 내 차지가 된다.

오늘도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수영수업에 보라가 늦을 새라 서둘러 은규 집으로 갔다.

은규가 활짝 웃으며 할아버지를 맞아줄 줄 았았는데…,  은규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보라는 수영을 가고, 나는 은규 옆에 누웠다.

화창한 초여름 날씨,

열린 창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평온하게 잠자는 손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60여 년 전 한 아기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1954년 갑오년 가을, 할아버지가 세상을 뜬 지 두 달 정도 지나 태어난 아기.

가족은 40대 후반의 할머니, 30대 초반의 아버지와  20대 중반의 엄마,

그리고 미혼의 두 고모, 다섯 살 위의 형, 두 살 위의 누나, 8식구의 대가족 있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엔 보릿고개가 있고,

쌀을 꾸었다가 추수가 끝난 다음 이자 쌀과 함께 쌀을 갚는 장리쌀이란 게 있을 때였다.

시골에 좁은 마루가 딸린 초가집이었던 아기의 집도 한번씩 장리쌀을 먹었을 만큼 가난했었다.

이때의 아버지들은 맨손으로 농사를 짓고, 야트막한 산을 개간해 밭을 만들던 때이기도 하다.

엄마들도 낮에는 농사를 거들고 밭을 만들기 위해 산을 쪼았단다.

그리고 밤에는 베틀을 돌려 실을 자아내고 길쌈을 해야 했단다.

밤낮없이 일해야 했던 그때의 아버지와 엄마는 아기를 돌볼 시간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아기는 12살 많은 막내 고모의 등에 업혀 자랐단다.

아기를 업고나가면, 고모 친구들이 아기를 보고 "웃는다. 웃는다." 말을 하면 그렇게 잘 웃었단다. 

빙그레 웃는 모습이 참 이뻤단다.

그리고 두 살 많은 아이였던 아기 누나는 누워있는 아기를 볼 때마다 돼지를 부를 때 하는 것처럼

 "도,도,도" 라고 했단다. 그래서 나중에 이 아기의 이름이 지어질 때 '도(道)'자가 붙었단다.

 

2014년, 새로운 갑오년,

그때의 아기는  어느새 회갑을 맞는 초로(初老)가 되어 「할아버지의 손자사랑」을 샘내고 있다. 

'내 할아버지도 그때 살아 계셨더라면,  나도 은규처럼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텐데'  는

생각을 하고,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할아버지 냄새를 그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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