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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노년의 특권

 

 

노년의 특권

-차 한 잔의 문장-
 돌담 이석도
 
 청춘이 들이켰던 뜨거운 갈증은
식어가는 찻잔 속으로 잦아들고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그 짧은 순간에도
세상의 속도를 비껴가지 못했던 나
뜨거움에 데지 않고
온기를 품는 법을
이제야 손바닥의 감촉으로 배운다
 
말갛게 우러난 찻물은
어제의 독기를 씻어내고
세월의 떫은맛은
마침내 단맛이 되어
목을 타고 넘는다
 
창밖 풍경이 계절을 갈아입어도
나는 서두르지 않으리라
덜어낸 찻잔의 빈자리만큼
타인의 허물을 담는
넉넉함이 고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식어가는 차 한 잔에 세상을 담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하는 일
 
그때는 끝내 알지 못했던
가장 우아하고 단단한
지금의
나의
특권이다.
 
(2026.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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