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남자
돌담 이석도
창밖에 무시로
파란 캔버스 펼치는 남자
하얀 뭉게구름들을 끌어 모아
소꿉친구들과 오르내렸던
마당가 감나무에 달린 빨간 홍시
고향 집을 찾을 때마다 맨발로
뛰어나오시던 엄마 그린다.
다음 생엔 새(鳥)로 태어나 훨훨
하늘 날고 싶다며 담배연기
길게 내뿜으시던 아버지와
지금은 자신만큼 흰머리
됐을 첫사랑도 그린다.
끝은 언제일까?
어디로 가는 걸까?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밀려드는 인생무상에
절레절레 고개 흔들던 그 사내
헛기침 크게 한 번 하고는
훌쩍 가을에 올라앉아
말채찍을 꺼내든다.
(2024.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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