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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가을비

 

가을비

                        돌담 이석도

 

곱게 물들었던 단풍잎 어루만지며

뚝뚝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은

아마도 그의 눈물일 거야.

 

땅속 나와 삼칠일도 못 살면서

폐지 가득 실은 리어카 끄는 할머니

등줄기에 흐르는 땀 닦아주느라

목청 높이는 매미 소리에

 

이웃을 위해 땀 한 방울

제대로 흘리지 않은 삶이 부끄러운

세월의 뉘우침과 한숨이 녹은…

 

가을걷이 기다리는 벼이삭들마다

대롱대롱 달고 있는 빗방울도

분명 그의 눈물일 거야

 

한 달 남짓한 일생에

평생 뽕잎 한 가지만 먹고도

비단실을 줄줄 뽑아내는

누에를 떠올리며

 

칠십 년 동안

지구를 몇 개씩이나 삼키고도

똥오줌 오물밖에 쏟아내지 못하는

팔불출의 회한이 서린…

 

(202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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