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돌담 이석도
곱게 물들었던 단풍잎 어루만지며
뚝뚝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은
아마도 그의 눈물일 거야.
땅속 나와 삼칠일도 못 살면서
폐지 가득 실은 리어카 끄는 할머니
등줄기에 흐르는 땀 닦아주느라
목청 높이는 매미 소리에
이웃을 위해 땀 한 방울
제대로 흘리지 않은 삶이 부끄러운
세월의 뉘우침과 한숨이 녹은…
가을걷이 기다리는 벼이삭들마다
대롱대롱 달고 있는 빗방울도
분명 그의 눈물일 거야
한 달 남짓한 일생에
평생 뽕잎 한 가지만 먹고도
비단실을 줄줄 뽑아내는
누에를 떠올리며
칠십 년 동안
지구를 몇 개씩이나 삼키고도
똥오줌 오물밖에 쏟아내지 못하는
팔불출의 회한이 서린…
(2023. 9. 9.)
'나의 詩 놀이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수타사의 가을 (1) | 2023.10.26 |
---|---|
[詩] 마지막 소원 (0) | 2023.10.12 |
[詩] 맥문동 (0) | 2023.08.27 |
[詩] 고추잠자리 (0) | 2023.08.24 |
[詩] 코스모스 (0) | 2023.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