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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목문학회의 봄

2023. 5. 4. 목요일

오늘따라 더 한적하던 '양재 시민의 숲.'

아니다, 최근 이름이 바뀌었으니 '매헌 시민의 숲'이 갑자기 분산해졌다.

어미닭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처럼 여기저기서 봄소풍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이 쫑알쫑알 종알거리며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싶더니 10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종종걸음으로 모여든 여남은 명의 할미(?) 할비(?)들이 그늘 아래 탁자 위에 쑥떡, 참외, 포도, 토마토, Life is an egg(삶은 계란). 등 먹거리를 차리느라 바삐 움직인다.

오늘은 나목문학회의 2023년 두 번째 모임일.

청록파의 巨木,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신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님님께서 강의를 맡고 계시는 서초문화원 '심상 시 창작교실'에서 詩를 공부하면서 詩 專門誌 '心象'을 통해 등단한 서초 심상문학 문하생 8명이 시공부를 더하면서 취미활동을 같이하기 위해 2020년 1월에 결성한 동호회가 '나목문학회'였다.

그런데 그해 2월부터 코로나19란 역병이 전국에서 창궐해 일상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시련을 겪게 되지만 역병이 진정될 때마다 '양재 시민의 숲'과 서초동 '몽마르뜨 공원' 등에서 몇 차례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악명을 더 떨치는 탓에 이런 모임마저 가질 수 없어  2년 이상 모이지 못하다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지난 4월 초에서야 양재역 인근에 있는 갈비사랑이란 음식점에서 올 첫 모임을 가진 덕에 오늘은 봄꽃과 푸르름이 가득한 '매헌 시민의 숲'에서 재창립 수준의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사이 8명의 회원은 스무남은 명의 대가족으로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봄꽃 만발한 야외에서 자작시를 낭독하면 나머지 회원들 합평하는 시공부를 하였을 뿐 아니라 최근 첫 시집을 낸 엄순애 시인의 시집 발간 축하와 함께 올봄 등단한 김정임 시인과 양은숙 시인의 등단 축하를 겸한 더블더블 겹경사의 잔치였다.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준비해 온 자작시를 낭송하고 나면

나머지 회원들이 느낀 바 또는 시어, 표현 등에 대한 합평을 했는데

 첫 순서였던 나는 가장 최근에 自作한 '흰제비꽃'을 낭송했다.

 

흰제비꽃

 

올봄에도

꽃샘추위 무릅쓰고

한걸음에 오셨군요.

 

겨우내 새로 지은

하얀 소복 차려입고

무덤 앞에 앉아

 

사랑은 남겨둔 채

홀로 가신 님 그리며

울고 있네요.

 

(2023. 4. 11.)

 

☞흰제비꽃 꽃말: 순진무구한 사랑

 

이러한 우리들의 시공부가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보였나 보다.

잣나무를 오르내리며 놀던 청설모가 수시로 다가와 우리들이 낭송하는 詩에 귀를 쫑긋 세웠다.

 

주문한 중화요리가 입구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함께 나르고···

  

점심은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는 짜장면

그리고 이런 모임에선 빠져서 안 되는 탕숙육에 빼갈과 막걸리

 

 

엄순애 시인의 첫 시집 '어머니의 장독대' 발간을 축하하는···

 

엄순애 시인의 첫 시집
꽃보다 아름다운 나목문학회 회원들

발가벗은 나목처럼 시작은 미약했지만

우리 나목문학회가 어느덧 푸르름 넘치는

무성한 나무로 자랐으니

오늘 모임은 

좋은 날씨

좋은 장소

좋은 음식

좋은 사람

좋은 詩가

하나된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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