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단상
돌담 이석도
수은주 혈관 속 핏물은
여전히 그 시절처럼 곤두박질치는데도
가뭇없이 사라진 게 한둘 아니다.
초가 처마에 주렁주렁 고드름 열린 날
엄마가 끓여 놓은 따뜻한 물로
후다닥 고양이 세수 마치곤
방으로 뛰어들 때 쩍쩍
손가락 붙던 문고리
거북 등처럼 튼 손등
뜨끈뜨끈한 쇠죽솥 물에 넣어 담그곤
삶겨 미끌미끌해진 여물로 박박
문질러야 했던 고사리손들
한 숨 한 숨
내쉬는 숨결마다
하얗게 피는 입김보다
훈훈하였던 이웃들과의 情들···
겨울이 되면
이들은 내 가슴에
숨어들어 겨우내 잠만 잔다.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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