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5. 토요일
전날 하루 동안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0명을 훌쩍 넘을 거라는 우울한 뉴스의 아침이었다.
2,434명이 최고 기록이었는데···, 백신 1차 접종률이 70% 넘었다고 큰소리치더니···, 하루 만에 삼천수백 명이라니···
일상 회복은 또 한참 멀어지겠구나 걱정하면서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서서는 신분당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양재역에서 한 번의 환승으로 도착한 3호선 지하철 구파발역.
좌석에 앉아 푹 쉬었던 덕일까? 몸은 한결 가볍고, 하늘의 은혜일까? 날씨 또한 더없이 좋았다.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서울둘레길을 걷기로 한 날, 여덟 번째 걷는 도보로 북한산 첫 번째 코스이다.
작년 6월에는 나 혼자서 걸었고, 지난 5월 하순에는 친구들과 걸었으니 나는 오늘 코스를 세 번째 걷는 셈이다.
구파발역을 나와서는 진관내천으로···
산에 들어서자마자 맨발로 걷기 위해 바위에 걸터앉아 내가 등산화와 양말을 벗었더니,
평소 맨발로 산길을 걷는 나를 괴물(?)처럼 여기면서 자기는 뒤꿈치의 쿠션이 다 닳아 맨발로는 마루를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다며 집 안에서도 슬리퍼를 신는 집사람이 신발을 벗어 배낭에 넣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별난 남자 만난 죄로 오늘은 나도 맨발로 걸어야겠다."
코로나19가 헬스장 출입을 막은 작년 봄부터 양재 시민의 숲과 양재천에서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집사람이 한 달 전쯤 하루는 숲 속 흙길을 맨발로 걷고는 내게 "이 좋은 걸 왜 진작 알려주지 않느냐?" 투덜거리곤
날마다 맨발로 걷길래 맨발 도보에 재미를 붙이는가 했더니 산길에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 모양이다.
맨발의 촉감이 너무 좋단다.
양재 시민의 숲 흙길보다 훨씬 좋단다.
집사람이 준비한 간식
사과, 배, 거봉, 정구지 찌짐 그리고 건과류와 커피···
먹을 게 많아 좋았다.
둘레길이 아니라 소풍 온 기분이었다.
우리나라의 名山 중 名山인 북한산 곳곳에 폐타이어라니···
북한 괴뢰군이 쳐내려올 땐 꼭 필요한 참호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모든 게 부족했던 수백 년 전에도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城을 쌓을 땐
돌로 쌓아 지금까지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는데
21세기의 참호가 폐타이어라니···
너무 볼썽사납다.
-탕춘대성-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인왕산 동북쪽에서 시작하여 북쪽을 향해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모래내를 지나 삼각산 서남쪽 비봉 아래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이 성은 완공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으니, 동쪽 부분인 북한산성의 보현봉에서 형제봉을 지나 북악터널 위인 보토현을 거쳐 구준봉 서쪽으로 서울성곽과 이어지는 부분은 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성의 명칭을 탕춘대성이라 한 것은 현재 세검정이 있는 동으로 약 100 여 m가 되는 산봉우리에 연산군의 놀이터였던 탕춘대가 있었으므로 그 이름을 딴 것이다.
산길이 끝났다며 신발을 신던 아내는
맨발로 걸었더니 땅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훨씬 덜 피로하단다.
더할 나위 없는 날의 걸음이었다.
선득함을 좀 느낄 만큼 적당한 기온에 옅은 구름이 가을 햇살을 막고 있어 걷기에 좋았다.
지난 5월 친구들과 걸었을 땐 한창 싱그러움을 만발하던 북한산이 어느새 곳곳에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으니 세월의 덧없음이 온몸에 느껴졌다.
사과 배 등 과일에 정구지 찌짐까지 있어서일까?
집사람과 함께 머문 북한산의 5시간 30분은 가을소풍이었다.
'부창부수( 夫唱婦隨)'라 했던가.
내가 둘레길을 걷자고 했더니 나를 따라 둘레길을 걷고
맨발로 걷는 나를 따라 맨발로 걷는 집사람이 한결 건강해진 것 같아 고마웠다.
기왕에 시작한 부창부수의 삶이라면 앞으로도 집사람이 건강관리를 더 잘하고 체력을 쌓아서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거제도. 고흥 등을 거치는
남해안의 바닷길, 들길, 숲길을 걸어 전남 해남군 땅끝까지
1,470km의 남파랑길을 함께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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