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1. 토요일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평소보다 한 시간쯤 늦은 7시에 일어나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거실로 나오면서 말했다.
"오늘 걸어요."
"오늘? 괜찮겠어?"
집사람이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안 좋다며 '내일 걷기로 한 둘레길'을 다음 달로 미루자고 하길래 오늘 예정했던 집사람과의 둘레길은 포기한 채 아침 식사 후 양재천을 좀 걸은 다음 언남 문화체육센터 헬스장에서 땀이나 실컷 흘릴 작정이었는데···
내가 배낭을 꺼내 놓고 생수 등을 챙기는데 원준이와 세은이가 올라왔다.
주말이면 수시로 그러하듯 늦잠 자는 엄마와 아빠에게 방해가 될까 봐 올라온 것이다.
견과류와 과일, 초콜릿, 커피 등 둘레길 중간중간 쉴 때 먹을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내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집사람은 아이들의 아침 식사까지 챙기느라 더 바빠졌지만 원준이에게 "원준아! 집에 내려갈 때 할아버지 집 대문 잘 닫혔나 꼭 확인하고 가라." 당부하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신분당선 - 3호선 - 6호선 - 우이신설선
4개 노선의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서야 도착한 솔샘역
우이신설선 솔샘역에서 흰구름길 입구까지가 오늘 코스 중 가장 힘든 곳이 아닐까 싶다.
거리야 약 1km밖에 되지 않지만 계속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라 초장부터 진을 다 빼는 듯···
내가 코로나 감염증에 걸리는 바람에 11월을 송두리째 날렸지만
12월에 들어서는 지난 주말엔 이륙회 친구들과 서울둘레길 용마·아차산 코스를 걸었고
오늘은 집사람과 4시간 동안 솔샘역-솔밭공원 코스 9km를 걸었으니 신축년을 알차게 보내는 셈이다.
올 1월에 시작했던 집사람과의 서울둘레길이 어느덧 1년이 되면서 전체의 코스 중 절반을
돌파해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내년 이맘때면 완주증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집사람과의 서울둘레길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싶다.
작년에 서울둘레길을 혼자 완주했을 때는 혼자 걷는 즐거움이 있었고
이륙회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두 번째의 둘레길은 친구들과 우정 쌓은 즐거움이 좋고
집사람과 걷는 둘레길에선 함께한 40년의 세월과 손주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과
쉬이 볼 수 없었던 서울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소녀처럼 좋아하는 집사람의
모습에서 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오늘도 화계사에 들렀을 땐, 안 그래도 와 보고 싶었던 절이라며
대웅전에서 불심을 듬뿍 담아 삼배를 올리는 집사람이 보살처럼 보여 좋았고,
이준 열사 묘역에선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준 열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집사람이 소녀처럼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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