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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동체 일심동행

아내와 함께 걷는 서울둘레길(11)

2022. 2. 13. 일요일

三寒四溫이 사라진 올겨울도 할 수 없어 마음을 바꿨나 보다.

立春이 지나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제부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열흘쯤 전이었다. 근 2년 가까이 야외에서 운동을 하다가 날씨가 매서워지던 지난 12월부터 언남 문화체육센터에서의 실내 운동으로 바꾼 탓에 날마다 러닝머신만 열심히 타는 집사람이 날씨예보를 검색하더니 이번 주말에 둘레길을 걷자고 했다. 시야가 시원해지는 야외에서 운동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둘레길을 걷다가 실내에 갇혀 기계 위에서 걷자니 쾌 지루했던 모양이다. 하기는 나도 그랬다. 

일주일 전쯤부터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날이 5만 명을 훌쩍 넘는데 곧 10만 명도 뚫을 기세다.

대문 나서기가 두려운 시절이다. 내가 코로나에 확진되어 입원해 있었던 지난 11월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번씩 걷는 행사를 한 번도 멈추지 않아 완주를 목전에 둔 '이륙회의 서울 둘레길'도 어쩔 수 없이 이번 2월엔 건너뛰기로 했으니···.

 

당초는 토요일인 어제 걷고 오늘을 푹 쉬면서 세은이의 생일 파티나 즐길 작정이었다.

그런데 은규 어미가 일요일에 출근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일요일의 세은이 생일 파티를 토요일로 앞당겼다.

오늘 일요일로 하루 늦추어진 우리 둘레길은 8시에 집을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신분당선 - 3호선 - 6호선 - 우이신설선

1시간 30분이나 걸려 우이역에 도착하자 집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시간에 지쳤어요."

 

우이역 2번출구로 나와 등산객들과 함께 go go
대단한 자연보호자가 집주인인 듯
계곡이 아직은 꽁꽁 얼어있지만 얼음 아래엔 봄이 오고 있는 듯
오늘 첫 스탬프
山은 다음 달에 한번 더 오란다. 그때는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은 후 분홍 진달래를 꽂고 기다리겠단다.

무수골의 유래

도봉동 104번지 일대를 '무수리'라 하는데 마을 이름의 유래는 약 500여 년 전에는 수철동(水鐵) 일명 무쇠골이라 하였고, 이후 무수동(無愁洞)이라 개칭하였는데 그 연유는 영해군 묘소 형국이 선인무수지형(仙人舞袖之形)으로 신선이 소매를 펼치고 춤을 추는 형국이라 하여 무수동(無愁洞)이라 호칭을 했다. 무수(無愁)골은 ‘무수울’이라고도 한다. 아무런 걱정 근심이 없는 골짜기, 마을이란 뜻이다. (시름)조선 세종의 9번째 아들 영해군(寧海君) 처음 이름은 장(璋)이며, 뒤에 당(瑭)으로 바꾸었다. 당의 묘가 이곳 무수골에 있었다. 세종이 먼저 간 아들의 묘를 찾아왔다가, 약수터의 물을 마시고 “물 좋고 풍광 좋은 이곳은 아무런 근심이 없는 곳”이라 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도봉사의 부처님들과 단풍나무 연리지
도봉산 능원사

조계종 등 여타 종단에 속하지 않는 단독 사찰로 미륵보살을 모시고 있다. 본사는 경기도 여주에 있으며

서울과 부산에서도 사찰을 운영 중인데. 특히 이곳 서울 도봉산 능원사는 그 특유의 화려함으로 유명하다.

신도관리나 법회도 없어 넓고 아름다운 경내가 조용한 편이다. 경내 12만 여 평, 법당 6백여 평의 큰 사찰로

기도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으로 방문하거나 우연히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늘 찍은 2개의 스탬프

집사람은 "서울둘레길 완주에 총 28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데

오늘 2개를 포함해 17개를 찍었으니 이제 11개밖에 안 남았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시작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1km를 돌았는데 하필이면 그곳에 'WestWood '란 옷가게가 보이는 바람에 

그곳에 들어간 집사람이 마음에 쏙 드는 옷이라며 모자 달린 셔츠를 입어 보길래 어쩔 수 없이 내 신용카드는

지갑을 들락거려야 했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실내 헬스장의 기계 위에서만 걷다가 울퉁불퉁 산길을 오르내리자면

여간 힘들지 않을 텐데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도란도란 손주 이야기 등 이런저런 꽃을 피우며 즐거워하는

집사람의 한결 건강해진 모습이 너무너무 고맙고 좋았다. 여행은커녕 바깥나들이조차 두려운 요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인 마누라와 4시간 동안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바람에 묻어오는 봄 내음을 맡았더니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싶었다.

 

「이로서 북한산 코스 끝」

 

점심은 두부심합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도봉산역에서 우리 동네인 '양재 시민으로 숲'까지 오는

'140번 버스'가 있어서 이 버스를 탔는데 시간이야 갈 때만큼인

1시간 30분쯤이나 걸리는 덕분(?)에

한잠 푹···

아!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