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돌담/이석도
젊은 시절의 메꽃은 곧잘 울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세상이 싫었다.
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외래종인
나팔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아 속상했다.
아빠들이 꽃밭에 매어 놓은 새끼줄을 따라
하늘 높이 올라가는 나팔꽃들을 볼 때마다
기댈 지푸라기 하나 없는 제 신세 서러워
눈물을 자주 흘렸지만 이젠 울지 않는다.
세계인의 버킷리스트 된 알프스 초원을
수채화보다 더 아름답게 꾸미는 꽃들은
자기처럼 하늘과 비와 바람밖에 모르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잡초의
웃음이라는 이야기 듣고부터다.
메꽃은 오늘도 방실방실
대대로 지켜온 땅을 더 아름답게 가꿔
손자 물려줄 생각에 꽃잎 활짝 연다.
(2021. 5. 15.)
☞ 메꽃 : 전국의 들판 언덕 바닷가 등에서 쉽게 몰 수 있는 야생화.
언뜻 보면 나팔꽃처럼 생겨서 혼동하기 쉬운 꽃이지만 나팔꽃은 일년생 식물로
꽃이 남보라색인 반면 메꽃은 다년생으로 연분홍색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나팔꽃이 우리 토종 꽃 같지만 사실은 인도 원산의 외래식물이고,
메꽃이 진짜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꽃말은 ‘충성, 수줍음, 속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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