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늘 10시를 훌쩍 넘어 사무실에 도착했기에 오늘은 09시 이전에 집을 나서서 10시 전 출근을 목표로 아침을 먹고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데 "따르릉따르릉" 집전화가 울려 집사람이 수화기를 들었다.
우리 쌍둥이 작은딸이자 원준이 어미인 세라의 전화였다.
자고 났더니 온몸이 뻐근하다며 원준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부탁한단다.
눈 내리는 날이 많고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많은 올 겨울엔 운전이 서툰 원준 어미를 대신해 내가 등원시킨 날이 많았다.
어제도 내가 원준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했더니 10시 40분에야 은행에 도착한 데다 점심 약속이 있어 30분 밖에 근무하지 못하고 퇴근했기에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이 보초 등 주요 업무에서 열외의 특혜를 누리듯 40여 년 근무 후 정년을 눈앞에 둔 임금피크 신분으로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이 다소 자유롭다지만 어제는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출근 만이라도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 집사람한테 오늘은 일찍 출근한다고 미리 말한 후 "오늘 원준이 등원은 당신이 좀 해 주소." 큰소리쳤는데....
눈만 뜨면 아른거리는 손자와 눈이라 한번 맞추고 출근할 요량으로 원준이네로 가는 집사람의 차에 동승했다.
아침을 먹고 있던 원준이가 우리를 보자 반갑다며 득달같이 달려와 안겼다. 하지만 잠시 후 내가 손을 흔들며 출근한다고 하자 원준이가 삐졌다. 단단히 화가 난 원준이는 나에게 인사를 않겠단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원준이네를 나섰다.
계단으로 3층에서 1층에 내려오는 도중에 내 핸드폰이 울렸다. 집사람이 건 전화였다.
뻔했다. 전화를 받지 않은 채 3층에 올라갔더니 원준이가 울고 있었다. 인사를 안 했는데 할아버지가 그냥 갔다며 운단다.
내가 현관에 들어서자 금방 나를 발견한 원준이가 한 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겼다.
원준이를 꼭 끌어안고 포옹을 마친 다음 원준이와 나는 배꼽인사를 나눴다.
"할아버지. 잘 갔다 와."
"그래 원준아! 이따 보자."
1층으로 내려오는데 내 폰이 다시 울렸다. 또 집사람이었다.
후다닥 다시 3층으로...
원준이가 또 울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못 봤다며 울고 있단다.
내가 마스크를 벗은 후 꼭 안아주자 환한 얼굴이 된 원준이는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뽀뽀..."
뽀뽀를 마친 원준이는 마스크를 달래더니 직접 내 귀에 걸어 주었다.
그러곤 다시 배꼽인사를 한 다음 환한 웃음과 함께 고사리 같은 손까지 흔들며 말했다.
"이따 봐요, 할아버지! 빠이! 빠이!"
은행에 도착했더니 10시 20분.
10시 전 출근이란 목표는 실패였다.
하지만 최고 피로 회복제인 원준이의 포옹과 뽀뽀를 받고 왔으니 오늘 하루는 행복 만땅 데이(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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