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9. 토요일
간만에 늦잠을 잤더니 9시 반이 넘었다.
볶은 귀리 세 숟가락을 탄 우유 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는 10시에 문을 여는 언남문화센터 헬스장으로 가기 위해 운동가방을 챙기는데 집사람이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김밥이예요. 저는 좀 있다 갈 테니 먼저 가세요."
외손자 은규의 유치원 등원은 주로 내가 돌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시공부 가는 수요일, 그림공부 가는 금요일과 점심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한 대부분의 평일엔 은규를 유치원차에 태워 보낸 후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헬스장에 가서는 10시부터 2∼3시까지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날의 점심은 운동을 하다 말고 주로 센터 안에 있는 식당에서 사 먹곤 한다.
그렇지만 구내 식당이 토요일과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으니…
토요일과 일요일엔 집사람과 함께 운동을 마친 후 외식할 때도 있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시간이 더 늘어난 최근엔 운동 도중에 헬스장의 PT트레이너와 함께 또는 혼자 바깥으로 나가 사 먹곤 했었는데 몇 주 전 토요일엔 처음으로 집사람이 김밥도시락을 만들어 주지 않는가.
땀을 뻘뻘 흘리다 먹는 김밥이 얼마나 맛나던지 모른다. 또 식당을 오가는 시간까지 아낄 수 있어 참 좋았다.
어제 저녁.
"지난 번 김밥 참 맛있더라."
"내일도 말아드릴까? 근데 해놓은 밥이 없네…"
"아냐 아냐, 말지마. 사 먹을 게."
"그러실래요."
식사하면서 집사람과 나눈 대화는 이랬는데 김밥이라니…
아마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 밥을 지어 김밥을 말았던 모양이다.
두 시간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하고는 보따리를 들고는 주말이라 텅 빈 휴게실로 갔다.
보자기를 풀자 두 줄의 김밥과 김치 그리고 젓가락을 넣은 주머니가 나오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렇게 맛난 김밥이 세상에 또 있을까?
지난 번의 김밥보다 더 맛있었다. 아니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김밥보다 맛이 좋았다.
게다가 아내의 김밥은 힘을 솟게하는 활력소이자 피로회복제였다.
평소보다 무거운 기구를 들면서 한 시간이나 운동을 더 해 4시에 마쳤는데도 피곤한 줄 몰랐으니…
퇴직한 남편을 둔 여자들 사이엔 남편이 하루 중 집에서 먹는 끼니의 수에 따라 한 끼 먹으면 삼식이 새끼, 두 끼니를 먹으면 두식이 놈, 한 끼만 먹으면 일식 씨, 한 끼도 먹지 않으면 영식 님이라는 우스개가 있다는 요즘.
베짱이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도 삼식이나 다름없는 내가 도시락까지 받다니…, 그것도 사랑이 듬뿍 담긴.
내 사주팔자를 보면 처복이 있다기에 틀리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주팔자가 거짓말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꿀맛!
최고의 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꿀맛밖에 없다면…
내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