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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소꿉동무들의 동기회

2018. 5. 12. 토요일

어제까지 멀쩡하던 하늘이었는데…

아침부터 비를 뿌리는 하늘을 원망하며 집을 나섰다.

오늘은 초등학교 동기회가 있는 날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0여 년이 되던 1990년대 후반.

졸업앨범을 꺼내놓고는 한 명 한 명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고향의 모교에서 출범했던 소꿉동무 동기회.

2014년엔 2박 3일의 제주도여행으로 회갑을 자축하는 동기회를 했었지만, 해마다 열리는 동기회는 임기가 2년인 회장을 서울, 부산, 대구, 울산 친구들이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맡는 덕분에 십중팔구는 회장 맡은 지역의 근교에서 하는데 울산의 예재우 친구가 회장을 맡았던 2016년과 2017년은 밀양 표충사와 울산 대왕암공원에서 동기회를 하면서 이상진 친구가 회장을 맡고 내가 총무를 맡는 올해와 내년은 서울 또는 서울 근교에서 하기로 했으니….

내가 회장을 맡았던 2007년의 동기회를 서울에서 하면서 경복궁과 청계천을 둘러보았으니 11년만의 서울 동기회.

애당초 염두에 두었던 동기회의 장소는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 또는 세종대왕릉이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서울 친구들의 부부모임에서 화담숲을 사전답사했더니 시골출신에겐 좀 별로일 것 같고,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은 주변에 40여 명이 점심을 먹기에 마땅한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정한 곳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수학여행 코스였던 남산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으니…


서초동 팜스팜스뷔페.

이른 새벽 부산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도착한 정오.

왁짜지껄…

하하호호…

술잔이 오가고…

봄꽃보다 더 많은 이야기꽃이 피고…

몇 해 후면 닥칠 칠순, 칠순여행에 대한 기대와 계획은 끝날 줄 모르고…

23명의 부산, 대구, 울산 친구들을 반갑게 맞은 9명의 수도권 친구들이 한 마음 한 몸이 된 자리였다.

끝나지 않는 수다를 관광버스에 싣고는 비까지 내려 정체가 더 심해진 강남의 도로를 기는 듯 헤집으며 찾아간 남산,

구름이 아래까지 내려와 우리를 맞이하고, 늘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붐빈다는 남산에 하늘이 물을 뿌려 한산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샤워까지 시켜 더없이 싱그러운 신록을 펼치고 있었건만…

어떤 친구는 허리가 아프며,

어떤 친구는 무릎이 안 좋다며,

····················

절반도 안 되는 친구들만이 雨中의 남산을 즐겼다.

어느덧 4시.

덕수궁이 가깝다며 이곳을 둘러보자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 9명만을 내려주고는 붕∼ 떠난 관광버스.

천 리 길을 달려온 친구들에게 제대로 해 준 게 없는데…

수도권 친구들은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몇 해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빈 소줏병의 숫자에서 세월을 느낀 동기회였다.

소꿉친구들의 건강을 빌며 내년에는 좀더 알차게 준비하리라 마음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김영동 친구가 만든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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