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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야기

아내의 욕심


2017. 8. 16. 수요일.
새벽마다 반복되는 우리 집 모습.
기도 중인 집사람을 방해할 새라 나는 뒷굼치를 들고 부엌으로 나간다. 
그러고는 간밤에 집사람이 썰어 준비해 둔 당근과 사과를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잠시 윙∼. 
올리브유를 한 스푼 넣은 더 걸쭉해진 야채즙 두 컵, 빵 두세 조각을 식탁에 올리면 아침 운동 전의 요기 준비는 끝.
6시 10분쯤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서서 근린공원을 가로 질러 도착하는 언남문화체육센터.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다음 6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아내의 PT(Personal Training).
그런데…
매주 월, 수, 금요일에 한 시간씩 받았던 집사람의 PT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서초동에 살 때는 사설 휘트니스에서 몇 해 동안 헬스를 했으면서도, 수영장이랑 헬스장 등 시설은 좋으면서도 이용료는 사설에 비해 저렴한 區立 언남문화체육센터가 바로 코앞에 있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와서는 힘든 운동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내 성화에 못이겨 2여 년 전부터 헬스를 다시 시작하더니 기왕 시작한 운동을 제대로 하고 싶다며 작년 11월부터는 주3회씩 하는 개인 PT를 받기 시작했으니 벌써 9개월이 되었다.
정기 휴관인 두째, 셋째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문화체육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나와 함께 헬스장에 나가 짧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씩 땀을 뻘뻘 흘리곤 하는 집사람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기도 하지만 PT를 시작하고부터는 운동하는 자세가 운동선수 못잖게 좋아 보이는 집사람. 그래서인지 PT트레이너는 가끔씩 내게 웃으며 말한다.
"운동 자세로만 보면 사모님의 자세가 회원님보다 더 좋아요."
"나는 헬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운동을 제대로 한 덕분일까?
내가 봐도 집사람은 근력이 많이 좋아 보인다. 
집사람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해 기분이 좋단다.
오래 전부터 시도때도 없이 집사람을 힘들게 하던 척추관 협착증의 고통도 좀 덜한 것 같아 옆에서 보기도 좋았다.
헬스장에서는 요즘 우리 부부를 '몸짱부부'라 한다나… ㅎㅎㅎ
매일 서너 시간이나 되는 적잖은 운동량이라 힘들어 할 때도 없지 않지만, 운동의 효과와 재미에 한창 맛들인 집사람인지라 올 연말까지는 계속해서 PT를 받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기를 바랬는데….

지난 7월 하순부터 헬스장 옆의 오랫동안 비어있던 공간에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무슨 공사래?"
"필라테스가 들어온대"
"아침마다 GX실에서 수십 명이 필라테스를 하잖아…"
"그러게…" 
며칠 뒤 센터 곳곳에 처음 보는 배너 광고판이 서 있었다. 


1:1 또는 2:1로만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私設의 필라테스 전문점이란다.
평소에도 필라테스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
헬스는 혼자서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할 테니, PT 대신 일 주일에 이틀은 기구 필라테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만 하면 너무 비싸다면서, 아예 나랑 둘이 하는 듀엣 필라테스를 하잔다.
그래서 PT를 그만두는 거란다.
처음엔 웬 욕심인가 싶었다.
더 건강하겠다는데 어찌 반대하랴.
욕심 부리는 집사람이 밉지 않았다.
아니, 더 예뻐 보였다.





마지막 PT 받는 날, 한 가지라도 잊을새라 메모까지 하며 운동하는 집사람


센터 내에 최근 오픈한 필라테스 개인 교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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