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30.
새 가족을 맞은 지 벌써 일주일.
16년 동안이나 우리를 안전하게 잘 실어주던 SM이 새해 들어 갑자기 핸들오일의 누수현상이 생기는 바람에 갑자기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새 가족으로 어떤 친구가 좋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으니 벌써 옛얘기가 된 셈.
SM을 16년 동안이나 탔지만 총주행거리는 127,000km가 채 되지 못했으니 일 년에 기껏 8,000km, 월평균 661km였다.
그래도 이 기간 중 2015년까지는 왕복 900km는 충분한 경북 청도의 고향에 다녀올 일도 많았고, 또 최근 3년 동안엔 은규를 용산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느라 매주 4,5일은 왕복 30km를 달려야 했다. 하지만 고향은 이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아니 계신 곳이 되고 말았으니 고향에 갈 일도 일 년에 기껏 한두 번밖에 안 될 테고, 은규도 아빠 회사의 직장 어린이집을 올 2월에 졸업한 다음 3월부터는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영어유치원에 다니기로 했으니 데리러 갈 일도 없어 차를 끌고 다닐 일은 별로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아예 차 없이 살아가기에는 불편함이 적지 않을 것 같고…
농담을 섞어 집사람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차 없이 살면 어떨까? 꼭, 차가 필요할 땐 사위들의 차를 번갈아 빌려 타고…"
집사람은 펄쩍 뛰었다.
"그럼, 어떤 차가 좋을까?"
우리 부부에게는 경차, 그것도 전기차가 적당하다 싶었다.
하지만 딸과 사위들은 전기차는 충전 등 아직은 불편함이 많다며…, 이제 나이도 있으신데 라며…, 게다가 세 손주들을 한꺼번에 태우고 놀러 다니시려면 편리함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자기들이 절반쯤은 보탤 테니 좋은 차를 사란다.
'한 번 구입하면 최소 10년, 15년은 탈 텐데…'
'10년 후면 내 나이가 75, 15년 후면 80인데…'
운전하는 차의 구입은 이번이 내게는 마지막이기 십상이다 싶었다.
하기사, 10년 후쯤이면 운전할 필요없이 목적지를 입력한 다음 버튼만 누르면 그곳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세일 터라 운전하는 차는 골동품일지 모르지만…
주말을 이용해 딸과 사위를 대동하고 서초동에 있는 자동차 전시장 대부분을 돌고온 집사람의 가방에는 자동차 카탈로그만 가득 들어있을 뿐 어떤 차를 살 것인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길래 며칠 후 나와 함께 간 첫 번째의 전시장에서 안전성이 좋은 수입차를 시승한 다음 계약까지 해버렸다. 그랬더니 지난 화요일(23일)에 그 차가 우리에게 왔던 것이다.
그런데 손에 익은 종전의 차와 다른 기능이 많은데다 조작방법도 다른 게 많아 마치 초보운전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의 시승을 겸한 하남 은고개에 있는 맛집에서 환영회를 하고, 일요일 밤에는 16년 전 어머니가 하셨던 방식대로 주차장에서 몇 가지의 과일과 하얀 실을 칭칭 감은 마른북어를 차려놓고 무사고를 비는 고사를 지내면서 서로의 교감과 사랑, 정성을 다하리라 언약까지 했으니 이제 완벽한 우리 가족이 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용산에서 은규를 태운 오늘 하원길은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눈길이었음에도 운전이 얼마나 편하던지…
앞으로 우리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고 행복을 실어나를 막내.
우리 막내의 이름을 원준, 은규, 세은에게 짓도록 해야 겠다.
우리 새가족 - 2018년식 아방가르드
시운전하는 집사람
하남 은고개 맛집의 만두전골로 가족 환영식
만두가 맛난 우리 외손주들…
무사고를 빌기 위해 차린 고사상
반야심경을 독경하는 집사람
오늘 하원길의 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