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5.(화요일)
이마트에 갔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만화영화 카봇을 가장 즐겨 보는 우리 은규.
카봇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하고 춤까지 추는 은규.
그래서 어제는 은규를 어린이집에서 태워오면서
"은규야, 내일은 할아버지랑 카봇 사러 이마트 가자." 했더니
큰 소리로 "네" 하면서 좋아라 박수까지 쳤던 은규를 데리고.
첫 손자 원준이가 어릴 때는 장난감 가게에 많이도 들렀었는데…
은규랑 장난감 가게에 들런 건 두세 번이나 될까?
장난감 코너에 들어섰다.
세상 참 좋아졌다.
내 어릴 땐 장난감이 어디 있었나.
이맘때면 딱지치기나 구슬치기가 아니면
나무를 잘라다 깎아 밑에 못을 박은 팽이를 돌리고,
판때기 밑에 나무를 대고 철사줄을 끼운 썰매 타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은 장난감도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까지 한다.
만화영화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변신하는 자동차를 만들다니…
비록 장난감이지만 대단한 기술이다.
만화가 현실이 되는 세상.
지금은 장난감이지만 진짜 자동차가 진짜 로봇으로 변신하는 날도 멀지 않을 듯.
온통 장난감
은규 눈이 커졌다.
은규가 좋아하는 카봇,
호크, 에이스, 프론, 댄디, 트루, 루크, 로드세이버, 메가트릭스, 펜타스톰 등등 모두 다 있었다.
카봇이 요즘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란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며칠을 기다렸다가 사야될 만큼.
그런데 가격도 만만찮았다.
보통의 카봇 한 개가 5만원 전후이고, 펜타스톰처럼 합체되는 카봇은 12만원 대.
은규가 카봇을 고르고 있다.
모두 다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댄디를 잡았다가 내려 놓고는 자동차에서 늑대로봇으로 변하는 트루를 사겠단다.
트루를 들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더니 트루를 내려놓고 펜타스톰을 꺼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러 개가 합체하는 카봇이라 은규에겐 어려울 것 같았다.
"은규야 이건 형아들이 하는 거야, 은규가 형아되면 사자."
그제서야 은규는 다시 댄디를 들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은규는 댄디를 꼭 껴안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은규와 함께 로봇을 스타렉스로 변신.
그런데 이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설명서를 보면서 겨우겨우….
원준이 형아는 잘도 변신시키던데.
로봇이 자동차가 되자 은규는 더 신이 났다.
보라가 퇴근해 왔다.
은규가 엄마에게 할아버지가 댄디를 사줬다며 자랑했다.
그러자 보라가 말했다.
"아빠, 이 비싼 걸 왜 샀어요. 원준이가 카봇은 종류별로 다 가지고 있는데"
또, 타박이었다.
'내가 그걸 모르나, 원준이 얼마나 잘 가져 노는데, 어느 세월에 은규한테 물려줄려나?'
'내 돈 내가 쓰는데. 네가 웬 참견?'
'너희들 키울 때 인형이랑 장난감 한번 제대로 사주지 못해 얼마나 미안했는데…'
'손자가 좋아하는 모습 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즐거운데…'
'원준이와 은규, 세은이 기뻐하는 모습이 곧 내 행복인데…'
예쁜 옷가지를 사 올 때나, 장난감을 살 때마다 듣곤 하는 딸들의 타박.
아빠의 미안함은 모를지라도, 할아버지의 즐거움을 모르지 않을 딸들이기에 오늘은 더 야속하게 들렸다.
'훗날 너희들에게도 손주가 생겨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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