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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좋을 줄만 알았는데…,

눈을 떳다. 토요일 아침이다.

잠실 선착장까지 달릴 요량으로 방한복에

온 얼굴을 다 덮는 모자까지 쓰고 집을 나섰다.

주말에 운동을 나갈 때면 늘 들리곤 했던, 

"너무 오래 뛰지 말고 오세요."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참, 어제 밤에도 "이제 그만, 컴퓨터 끄고 잡시다."라는 간섭도 없었지….

 

집사람은 금요일 어제 2박 3일 일정으로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 문경수련원으로 마음공부하러 떠났다.  

새벽 일찍 정토회로 가는 집사람에게 농담 삼아  

"문경에 가는 김에 머리깍고 눌러 앉지 그래?" 그랬더니,

"그럴까, 그런데 원준이랑 은규가 보고 싶어 될려나?"며 집사람은 한 술 더 떴다.

 

잠실 선착장.

자욱한 안개로 뿌연 한강의 모습이 조금은 신비스러웠는데,

뉴스에서는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 먼지였단다. 유해한 중금속이 많이 섞인.

물 한 모금만 마시고, 빈 속에 뛰었더니 배가 고팠다.

강변의 편의점에서 컵 우동을 샀다.

돌아서면 한 주, 돌아서면 한 달이라,

쏜살 같이 흐르는 세월이 아쉬운 요즘인데,

컵 우동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3분은 왜 그렇게 길던지….

한강 선착장 강변에 있는 헬기장에서 잠시 뜀박질을 멈추었다.

며칠 전 이곳으로 날아오던 헬리곱터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사고를 생각하면서,

그 날도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했다던데…

헬기장의 서남쪽에는 높다란 아이파크 아파트가 가까이 보이고 있었다.

 

잠실까지 다녀왔으니 20km는 뛰었다.

헬스장에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도 했다.

12시가 훨씬 넘었지만, 따뜻한 물로 쌰워까지 끝내니 온 몸이 나른했다.

원준이는 엄마랑 아빠랑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고

은규도 엄마랑 아빠랑 집에서 잘 놀고, 낮잠도 잘 자고 있다는 카톡이 들어왔다.

오늘은 완전히 해방되어 오롯히 혼자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집에 오는 길에 맥주도 한 캔 샀다.

맥주를 마시고는 달콤한 낮잠이나 자야지 하면서 집에 들어섰다. 

그런데 웬걸, 뽀미가 달라들며 산책을 시켜 달라고 야단이었다.

........

 

40도 짜리 진도 홍주를 타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핸드폰 벨 소리에 일어났다.

원준이랑 은규가 까르보네에 와 있단다.

부리나케 달려갔다.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

슬슬 입이 심심해지고, 잔소리가 그리워지려 한다.

아마 내일 이맘때는 되야 들을 수 있을텐데…,

조금이라도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

.

.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집사람 한테는….

 

 

ㅗ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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