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흔한 살배기의 객기
(2024. 8. 6. 화요일)
열대야가 열흘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삼복더위
여느 날처럼 피서 겸 운동이나 할 요량으로 가방을 둘러메면서 집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센터 언제 갈 거야?"
"한의원 갔다 와서 오후에 운동할래요."
"한의원 가는 날이구나. 그럼 잘 다녀오슈."
몇 마디 던진 후 대문을 나서는데 레퍼토리 된 지 오래된 집사람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운동 좀 줄이소. 이젠 나이도 생각해야지..."
헬스장에 도착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진동이 느껴져 손목 워치를 들여다봤더니 카톡알림이 떴다.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게 쉬고 있는 의자에 앉아 폰을 꺼내 들었다.
고향 친구가 보낸 카톡이었다.
어떤 의사가 썼다는 제법 긴 글이었다.
요약하자면, 운동 많이 한다고 오래 사는 것은 아니란다.
수명이 운동에 비례한다면 매일 운동을 많이 한 운동선수 출신들이 장수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단다.
운동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들보다 명상과 참선을 많이 하는 스님들이 장수할 뿐 아니라 매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토끼들의 수명은 길어야 10년 남짓되는 반면 느릿느릿 살아가는 거북이들은 500년 이상을 산다면서 운동에 너무 목매달 필요 없단다.
친구의 카톡을 읽고 나자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란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어쩌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더니...
십수 년 동안을 꾸준히 해서 중독된 걸까?
서너 시간 하지 않으면 통 운동한 것 같지 않은 데다
무겁다는 느낌의 무게를 들지 않으면 운동하는 것 같지 않고
운동복이 흠뻑 젖을 만큼 땀을 흘리지 않고선 운동의 상쾌함을 느낄 수 없으니...
한 살 더 먹으면 좀 나아지려나?
집사람이 허구한 날 저렇게 애원하는데...
마누라 말을 잘 들는 남편의 신상이 편하다던데...
평생 끊지 못할 줄 알고 피운 사십 년 친구였던 담배도 한칼에 끊었는데...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은 피하고 싶다.
일흔두 살이 될 내년부터는
집사람이 걱정을 덜하도록 해야 겠다.
나이에 맞게 시간도 좀 줄이고, 무게도 좀 줄여 운동해아 겠다.
오늘에서야 지금 나이에 무리하는 것은 몸속에 독버섯을 키우는 것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걸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