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
돌담 이석도
첫걸음부터 처음 가는 길
칠십 리를 달려왔더니 저만치
이삼십 리 뒤쳐져 따라오던 마음이
좀 천천히 걸으라며 투덜거린다.
때로는 비포장 때로는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칠십 리 길 걸을 때는
잡념조차 아니 들더구만
남은 길은 포장도로
기껏해야 십 리 이십 리
멀어야 삼십 리가 종착지인데
불쑥불쑥 두려움들이 찾아든다.
동전파스 놀이터 되어 버린 무릎이
길 한가운데 주저앉힐까 봐 맥박이 빨라지고
점점 짙어지는 안갯속 등불을 맴돌다 팔다리
하나 둘 잘리는 악몽에 시달리는 밤이면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아서라.
너의 두려움은 칠십앓이일 뿐
좀 더 가면 어떡하고 좀 덜 간들 어떡하리
이젠 걸음 멈추는 곳이 종점인 것을···
마음이랑 어깨동무하고 걸으란다.
외로움도 두려움도 즐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게 처음 가는 마지막 코스 걸으란다.
(2023. 1. 22.)
☞ 칠십앓이 : 70대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서글픔과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