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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보너스...

 주말의 피로도 이틀이 지나면서 다 풀렸다.

화요일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연습하고 퇴근해 운동하고 원준이 하원시켰다.

7시에 시청부근에서 고교 동기회가 있어 할아버지랑 놀고 싶어하는 원준이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삼겹살을 안주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 잔 더 하러 맥주집을 찾을 때 2차를 즐기지 않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2시간전 쯤인 7시15분에 세라로 부터 부재중 전화가 왔었다. 혹시 원준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얼른 전화를 했더니 '오늘 알바 직원들 데리고 회식할 예정이라 원준이 좀 데리고 주무시라고 전화했는데 안 받아 엄마한테 이야기했고 지금쯤 엄마가 원준이 재우고 있을 거란다.'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집사람이 재우려 애쓰는데도 원준이는 엄마를 찾으며 아직 잠들지 않고 있다. 나를 보더니 할아버지랑 같이 잔다며 할머니는 나가란다. 어느새 새근 새근 곱게 잠들었다. 원준이를 재우고 나오는 나를 보고 집사람은 생각지도 않던 오늘  내가 원준이랑 자는 건 보너스란다. 술을 제법했으니 연습도 마다하고 일찌감치 원준에 눕는다. 밤새 올라갔다 내려왔다하며 뒤척이고 몸부림치며 이불을 걷어차는 원준이를 수시로 일어나 바로 덮어주고 포동포동한 예쁜 손을 잡아보고 토닥거리는 재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이다. 계획했던 아침 런닝도 포기하고 원준이가 일어날때까지 누웠더니 8시다. 동진이는 출근길에 아들 얼굴보러 다녀가고... 아침까지 깔끔하게 잘 먹이고 출근길에 집사람과 함께 원준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더니 출근이 좀 늦어졌다.

 

  정년을 몇년 앞두고 현직을 떠나 후선업무를 하는 우리 사무실의 스무명이 넘는 전직 지점장들은 최근 큰 재미를 잃었다. 별로 할 일이 많지않아 적당히 일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이버 연수, 뉴스, 골프, 바둑, 게임 등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는데 지난주 KBS, MBC방송국과 신한은행 농협의 전산망이 뚫리는 해킹사고가 생긴 즉시 은행에서는 해킹방지를 위해 은행내 전산망의 외부 연결을 모두 차단해 사무실에서는 Naver 또는 Daum 등 어떠한 인터넷도 접속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되지않아 지금 당장도 불편하지만... 그렇잖아도 일반직원들까지 틈만 나면 외부 인터넷을 이용해 즐기는 통에 전산처리 속도가 느려져 자제를 당부하며 애태우던 은행측에서는 절호의 기회로 여길테니 쉽사리 연결되지 않을 것 같아 더 걱정이다. 모두들  달리 덜 지루하게 시간보낼 궁리를 하느라 전전긍긍한다. 서둘러 퇴근하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렀다. 원준이가 낙지를 아주  좋아해서 몇 주전부터 낙지를 사기위해 퇴근길에 동네 마트에 가도 없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까지 가도 냉동낙지만 있을뿐 산낙지 또는 생물낙지가 없었다. 수산시장에도 중국산 냉동낙지는 많지만 산낙지는 예전처럼 많지않고 가격도 엄청 비싸다.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는 제일 작은 세발낙지가 한마리에 5천원이란다. 전에는 만원에 10마리씩 주던데... 상인에게 물었더니 낙지가 워낙 잡히지 않아 비쌀 수 밖에 없다며 4월중순이 지나면 좀 나아질거라며 요즘은 쭈꾸미철이라 싸다며 쭈꾸미를 사란다. 그러고 보니 산 쭈꾸미와 생물쭈꾸미가 어물전마다 가득 진열되어 있다.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어물전에서 원준이 먹일 중간크기의 산낙지 세마리와 어른들이 먹을 쭈꾸미 1kg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갑자기 사온 낙지와 쭈꾸미를 데치고 삶고 무치느라 집사람이 바빠졌다. 기대되는 저녁식사시간이다. 원준이는 밥은 나중에 먹겠다며 연신 살짝 데쳐 잘게 자른 낙지만 먹는다. 거의 한마리를 다 먹고는 밥을 먹는다. 원준이가 맛나게 잘 먹는 걸 보니 수산시장에 들린 보람이 있고 기분이 좋아진다. 식사를 마치고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 갈 준비하던 원준이는 할머니에게 뛰어 가더니 서툰 발음으로 "할머니, 원준이한테 맛있는 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며 깍듯이 인사하고... 어제의 보너스가 오늘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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