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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을 읽고...

  언제부턴가 우리집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때로는 보이다 때로는 안보인다 싶더니 요즘은 늘 보인다. 아마 보라가 구입해 먼저 읽고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읽은 모양인데 네살짜리 원준이도 읽고(?) 싶은지 볼펜을 들고 책장을 넘기며 낙서까지 한다. 집사람이 내게 좋은 책이라면서 읽기를 권하지만, 얼마전 어떤 신문에서 연속 26주째 베스트셀러라니, 2012년 "올해의 책" 1위에 올랐다니 하는 기사를 보았지만 마음공부를 강조하는 많은 스님들의 책이 그러했듯, 이 책도 스님이 썼으니 그렇겠지 하는 생각과 주민센타에서 빌려 읽는 책에 빠져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얼마전 위내시경을 받기 위해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보는 TV에 이 책의 저자인 혜민스님이 출연했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멘토"란 주제로 자식교육등에 대해 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이야기하는 프로였는데...  아이를 키워보기는 커녕 결혼도 하지않은 스님이 어찌 저렇게 많이 알고 있는지 놀랍다. 스님이긴 하지만, 젊고 잘 생긴 외모에다 미국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 받고, 미국 유명대학의 교수로 있으니 방청객 엄마들이 더 열심히 메모하면서 경청하고 열광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마음으로 TV를 보면서도 아주 다정다감하게 이야기까지 잘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은근히 스님이 썼다는 책을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센타에서 요즘 빌려 읽는 책이 7권짜리 시리즈라 6권을 다 읽고, 마지막 7권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사서에게 확인하니 다른 주민이 대여해 갔는데 25일경 들어 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 때까지 쉴 요량으로 책을 빌리지 않고 다녔더니 출퇴근 시간이 여간 지루하지 않다. 퇴근해서 혜민스님의 책을 찾는데 집사람이 읽고 있다. 지난번에 읽었지만 내용이 좋아 한번 더 읽는다길래 빨리 보겠다며 빼았다시피 양보 받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스님들이 쓰신 책을 몇권 있은 적이 있고,  장거리 운전시 집사람이 필수품으로 챙기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테이프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익숙한 용어와 비슷한 느낌의 글들이 많이 나오지만 간결하면서 아주 쉽게 표현하고 설명하고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스님의 나이와 연륜에 공부한 시간을 감안해 보면 도무지...  마음공부와 수행을 열심히 하면 헤안(慧眼)이 열린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회를 직접 경험할 틈이 거의 없었을텐데 어떻게 험난한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男女老少 많은 사람들의 멘토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큰 줄거리는 자신을 사랑해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고,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가 행복해질 수 있다며 어떠한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쉽게 설명하고 설득한다. 『1강 휴식의 장』에는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라면서  "부족한 '나'라고 해도,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 세상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때때로 가엽지 않은가요?  친구는 위로해주면서 나 자신에게는 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내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라는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관계의 장』이란 2강에는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단다, 너무 가까이 가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큰 화상을 입게 되고 반대로 너무 멀리하면 난로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될뿐더러 아주 쌀쌀하고 춥게 될거라며...

 

  그리고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는 高僧의 재미난 가르침도 있는데 줄거리는 이렇다.  

 조선초 열아홉에 장원급제하여 스무살에 군수에 오른, 학식이 뛰어났지만 자만심이 가득한 젊은  맹사성(孟思誠)이 어느날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그러자 스님이 대답하기를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지방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3강 미래의 장』에서는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위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4강 인생의 장』에서는 인생을 너무 어렵게 살지 말라며 "지식은 말하려 하지만, 지혜는 들으려 한다."는 말 많은 요즘세태에 새겨둘 만한 글과 우리가 살면서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는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인물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경우라고 하는데, 그럼 난... 『5강 사랑의 장』에서는 스님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이라고 한다.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지만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나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6강 수행의 장』은 화,짜증,불안,질투가 일어날 때 마음의 감정을 바꾸려 노력하지도 말고 마음을 다스리려 하지 말라고 한다. 그저 그 마음과 친해져서 그 마음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면서... 『7강 열정의 장』이 있고, 『8강 종교의 장』에서는 모든 종교의 본질이 다르지 않으므로 타인의 종교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스님이 평소 좋아하는 성경구절과 인용한 여러 法文중에

 

곡식을 얻으려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고,

큰 부자가 되려면 보시를 행해야 하며,

장수하려면 대자비를 행해야 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배우고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 네가지 일을 행해야 그 종류에 따라 결과를 얻을 것이다,

라는 법구 비유경이 가슴에 제일 와 닿는다.

 

  나 자신의 온전함과 존귀함을 알아채길 기원하며 끝을 맺고 있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속세를 떠나 수행이나 마음공부만 할 것 같은 성직자들이 하는 말이라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야 쉽지만 험한 세상 살자면 행하기 여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 자신과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쉬운 것부터 해 볼 참이다. 우선 가장 쉬워 보이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부터...  이 책 어느 페이지에는 "숙면을 하려거든 잠자리에서 사랑했던 얼굴과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라"고 하는데, 매일밤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손자 원준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이야기하는 우리 부부가 금방 숙면에 빠져드는 걸 보면, 스님의 말씀이 틀림없는 것 같다. 실천하기도 어렵지 않고...  

 

(아침 TV에 출연해 열강하는 혜민스님) 

 

(책 표지, 우리 원준이가 낙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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