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살고 있는 양재동에는 비록 재래시장은 없지만 생필품을 쇼핑하거나 구매하기에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백화점이야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있는 대치동이나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강남터미널까지 가야 하지만 바로 인근에 양재동 하나로 마트가 있고, 더 가까운 곳에 이마트가 있다. 또 이마트 바로 건너편에는 COSTCO도 있다. 그리고 승용차로 조금만 달리면 가락동의 농수산시장까지 갈수 있으니...
한달에 몇차례 정도는 기사(?)를 겸해 집사람을 따라 하나로마트, 이마트, 코스트코, 가락수산시장을 가곤하는데 유독 코스트코에 갈 때는 인파속에 묻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할 때는 바로 앞에 이마트를 두고 내가 왜 여기와서 生고생을 하나 싶다. 옛날 시골 5일장 날이 되면 할 일없는 장돌뱅이까지 들끓었던 것처럼 사람 모이는 곳이라면 더 찾아가고 싶은 게 우리 국민성의 하나일지 모른다. 설마 미제라면 쪽을 못 쓰던 事大文化의 유산만은 아닐텐데... 그것도 아니라면 외국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면 큼직한 카트에 생수랑 먹을거리등 몇 주일치 식료품을 산더미처럼 담아가던 미국인을 흉내내고 싶어서 일지 모르겠다 생각하면서... 코스트코는 우리에겐 생소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을 표방하며 1983년 미국 워싱턴주 시에틀에서 처음 생겼다가 IMF사태가 한창이던 1998년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그리고 서울에 세곳(양재동, 양평동, 상봉동)과 지방에 4곳(일산, 대전, 대구, 부산)등 7곳에 매장을 운영하다가 작년말 광명시와 순천시에 영업점을 더 오픈했단다. 7개 점포의 2012년 매출액이 약2조3천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365억원이라니 한 개의 매장에서 365일간 쉬지않고 매일 9억원 이상을 팔고, 하루에 53백만원(1년195억)씩을 번 셈이니 대단한 기업이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라 매장을 이용하려면 회원이 돼야 하고 회원이 되려면 매년 3만원이상의 연회비를 내야 한다. 그리고 구입하는 물품대금은 현금(수표)가 아니라면 삼성카드만 받아주고 비씨. 현대등 다른 신용카드는 일체 받아주지 않는다.( 단,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발행된 아메리카 엑스프레스 카드는 된다.) 이처럼 여러가지 차별이 있는데도 여기를 못 들어가 안달이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북새통을 만들게 할까 그게 알 수 없어 궁금했는데 얼마전 어떤 사이트에서 본 글에 따르면 십 수년전부터 전교조 선생들로부터 反美교육을 받고, 反美를 부르짖던 젊은이들이 결혼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코스트코를 더 많이 찾는다는데 그 이유는 ① 직수입하는 상품과 식료품이 많고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 ② 창고형 할인매장이라 한꺼번에 많이 사야되지만 그만큼 가격 메리트가 있다. ③ 코스트코內 푸드코트의 피자와 핫도그 등 먹을거리의 사이즈가 엄청 큰데 가격은 싸고 맛이 좋다. 등이 란다. 내게도 한가지의 좋은 점이 보인다. 우리 국내 마트들은 하나같이 매장용 카트를 사용하려면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이용해야 한다. 언젠가 이마트인지 하나로에서 인지... 동전이 전혀 없어 난처해 하던 집사람이 카트를 반납하는 초면의 사람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분이 넣은 동전으로 카트를 이용한 적이 있단다. 그렇지만 코스트코에는 카트에 동전을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없는 대신 훨씬 더 큰 불편함이 있다. 4개층의 넓은 지상주차장이 있는데도 한번 들어가려면 차들이 워낙 많아 1㎞는 충분히 넘을 큰 블럭을 □자 형태로 한 바퀴 삥 돌아야 하는데 소요시간이 짧게는 40분, 길게는 한시간 이상이 걸릴뿐 아니라, 이 때문에 주변도로의 정체도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막상 들어가 보면 별거 아닌데... 미국내 큰 매장에 들어 온 듯한 분위기가 있고 조금은 異國的인 냄새가 나지만, 만나는 면면 모두는 우리 이웃이고 들리는 소리 또한 매일 듣는 우리 말 뿐이다. 그리고 곳곳에 쌓여있는 대부분의 식료품, 공산품, 농산품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좀 다른 것이 있다면 고급 전자제품과 수백, 수 천만원이 넘는 고급 시계와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가지를 고객들이 마음대로 뒤지며 사이즈를 찾고 고르는게 다른 마트보다 훨씬 여유롭고 후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어쩜 이건 다른 마트에서는 늘 보이는 직원- 각 매장에 붙어서 호객하고 상품을 선전하는 직원-들의 싫어하는 눈치 때문에 고객 스스로 쉬이 하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이리 저리 피하며 겨우 카트를 밀고 다니지만 마트 안팎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붐빈다. 밀고 다니는 커다란 카트-일반 마트의 카트보다 훨씬 큰-마다 구입한 물건들이 아래 위로 가득 실려있다. 한 매장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9억원이지만 양재동점의 매출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설령 9억원이라 하더라도 고객당 평균 구입액이 20만원이라면 4,500명이 되고, 30만원이라면 3,000명이 되며,고객당 40만원씩 구입한다면 2,250명의 고객인데 보통 혼자 오지 않고 부부에 아이들까지 따라오게 되니 하루동안 실제로 매장에 오는 사람은 족히 5천명이 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북새통의 매장과 계산대를 나오면 이젠 북새통이 아니라 숫제 전쟁통이 된 푸드코트다. 또 여길 빠져나와 엘리베이트나 에스컬레이트를 기다리고 있으면 검색직원이 영수증을 달라고 해 카트에 실린 구입품을 체크한다. 계산되지 않은 물품이 반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절차이겠지만, 다른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조금은 언짢아진다.
그렇다면 길 건너 이마트는 어떨까? 우선 들어가는 지하 한층의 주차장엔 언제나 빈자리가 있다. 동전이 필요없는 코스트코와는 달리 동전 100원을 넣고 카트를 빼 밀고 매장으로 올라가면 고객들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코스트코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 군데 군데 판촉하는 직원들도 많고 여기저기 상품을 진열하는 직원들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식코너도 많다. 여기저기 시식코너를 다니며 한점씩 맛보는 재미는 물건사는 재미 이상이다. 과일이나 우유, 식료품 등 일반적인 생필품의 가격은 코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볼일을 다 보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면 주차관리인이 영수증을 보여 달라며 이마트에서의 물품구입을 확인한다. 몇 해 전에는 이런 확인은 없었는데... 이렇게 바뀐 건 코스트코에 오는 고객이 코스트코에는 주차하기가 힘드니까 이마트주차장에 살짝 주차하고는 물건은 코스트코에서 구매하기 때문이란다. 일부 얌체족 때문에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코스트코 덕분(?)에 주차관리인이라는 일자리가 하나 더 생겼으니 일자리 만들기 국가정책에 기여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생각이 맞다면 코스트코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월급은 코스트코가 아닌 이마트에서 지급해야 하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됫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이런 얌체 쇼핑족도 요즘은 대부분의 물건은 코스트코에서 구입해 차에 실어 놓고는 이마트에서도 적당히 몇가지 구입한 다음 이 영수증을 보여주고 주차장을 유유히 빠져 나온다고 하니...
한국코스트코는 미국 코스트코 본사가 자본의 97%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기업이다. 그런데도 애국심이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우리국민중 많은 사람들은 토종이라 할 수 있는 롯데마트, 이마트 등을 두고 왜 과실(수익) 대부분이 해외로 유출되는 코스트코에 열광할까? 분위기와 냄새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소비자들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보다 우리 국내 대형마트들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애국심 강한 우리국민들이 코스트코라는 외국계 마트에서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열광하는데도 왜 아무런 대응을 하지않고 방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큰 자본의 미국기업과는 싸움 대신 적당히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공존하려는 것 일까? 골목상권 다 죽인다며 相生을 외치는 국내 소상인과 협력업체의 목소리는 못 들은체 하면서...
내 좁은 소견으로는 자금력 풍부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정도라면 코스트코에 못지않는 조건으로 얼마든지 구매 또는 수입할 수 있을테고, 그렇다면 국내매장수가 코스트코보다 훨씬 많아 당연히 코스트코보다 많은 물량을 구입할 것인 바, 구입단가와 조건도 코스트코보다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다음 토종마트도 창고형 할인매장을 병행해 다량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는 코스트코보다 한 푼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코스트코로 몰리던 고객들이 이마트나 롯데마트등 토종마트로 돌아 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우리 대형마트의 자금력, 규모, 업력등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이렇게 되어 이마트와 롯데마트등 우리 토종마트의 매출과 수익이 늘어난다면, 외국기업이 果實로 빼나가는 국부유출도 적잖이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덩달아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국민들의 살림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덕분에 코스트코 주변의 체증도로에서 슬슬기어 다니던 車의 기름도 절약될테고... 금상첨화 [
( 한블록을 돌면서 코스트코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는 차량행렬)
(코스트코 양재점)
(코스트코 매장 입구)
(코스트코에는 이천만원이 넘는 보석도 전시되어 있고...)
(마음대로 뒤지며 사이즈 고르는 의류코너, 인기짱이다.)
(1층매장에서 지하매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트를 기다리는 카트행렬)
(매장내부 전체가 이렇게 붐빈다.)
(계산대 앞에서 계산할 차례를 기다리는 행렬)
(계산대 밖 패스트 푸드코너, 아예 전쟁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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