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詩 놀이터

[詩] 호박잎



호박잎 


                                                돌담/이석도

 

 

시장 다녀온 아내가

이것만 보면 아버님이 생각난다면서

초록 호박잎 묶음을 꺼낸다.

 

오일장에 가셨던 아버지가

싱싱한 갈치를 들고 오시는 날이면

곧장 뒤꼍으로 나간 엄마는

 

돌담이 무겁도록 이고 있는 호박잎 따다

몇 잎으론 갈치 은비늘을 닦아내고

나머지는 밥솥에 넣어 찌셨지.

 

아버지는 숯불에서 노릇노릇

잘 구운 갈치는 오남매에게 다 나눠주고

당신은 호박잎쌈만 잡수셨지.

 

여름철 내내

부드럽게 쪄진 호박잎 밥상 받으시면 늘

다른 반찬 필요 없다시던 우리 아버지

 

어느덧 이젠 내가,

늦가을까지 호박잎을 찾는다.

  

(2019. 10. 6.)

   


'나의 詩 놀이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그리움 2  (0) 2019.10.14
[詩] 서초역 함성  (0) 2019.10.06
[詩] 광화문 함성  (0) 2019.10.05
[詩] 석류  (0) 2019.09.22
[詩] 가을 그리고 홍시  (0)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