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2. 일요일
“까꿍”
알람보다 먼저 울리는 카톡 수신음에 눈을 비비며 폰을 켰다.
“집에서 출발^^”
부천에서 사업하는 친구가 보낸 카톡이었다.
‘벌써 출발하나?’
시계를 보자 06시 40분이었다.
7시 40분쯤 나설 작정이었으니 시간은 넉넉했다. 하지만 마음은 급했다.
집사람이 내주는 호박죽 등으로 요기를 한 다음 전날 저녁에 씻어 둔 짭짤이 토마토와 냉장고에 얼려 둔 생수를 배낭에 담아 메고는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상봉역 경춘선 홈.
친구들 모두가 약속시간보다 10분 이상이나 일찍 도착한 덕분에 8시 58분발 춘천행 열차는 등산객들과 자전거 하이킹족들로 빼곡했지만 열차의 발걸음은 우리들 마음만큼이나 여유로운 것 같았다.
오늘은 우리 이륙산악회의 5월 정기 산행일.
하지만 나는 오늘 산행의 참석을 두고 적잖은 고민을 해야 했으니…
우리 산악회의 정기 산행은 매월 두 번째 일요일인데, 산행일이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쳤기 때문이다.
해마다 사월초파일이면 우리 가족 모두는 佛者인 집사람이 열심히 佛心을 닦고 있는 정토회 서초법당의 법회에 참석했기에 올 사월초파일에도 당연히 정토회로 가리라 마음먹었었는데…, 더구나 해마다 법회에 함께 갔던 원준네는 하필이면 같은 날 원준이가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유소년 취미 축구시합’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바람에 응원 가느라 법회에 참석치 못 한다는데…
그렇지만 이번 산행에서 오를 山이 우리나라 100대 名山 중 하나인 오봉산이란다.
산행코스 중에 청평사란 절도 있단다.
‘淸平寺’
청평사라면 십수 년 전, 고향친구 부부모임에서 다녀온 적이 있지만 한 번은 더 가보고 싶은 사찰이었다. 아니 先祖의 흔적을 만나러 꼭 한번은 다녀왔으면 하는 절이 아닌가. 또한 부처님 오신 날 한번쯤은 都心 아닌 山寺의 부처님을 찾아뵙는 뜻깊은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유정역…
그리고 점심을 예약한 ‘점순네 닭갈비집’에서 보내 준 승합차로 30km를 달려 도착한 배후령.
·······················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
이렇게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 五峯山.
배후령에서 이륙산악회의 五峯山 산행은 시작되었다.
상봉역에서 만나 경춘선 열차를 탄 친구들
김유정역에서 내려
점심을 예약한 식당에서 제공해 준 승합차를 타고
30여 km를 달려 도착한 산행 출발지인 배후령에서 준비를 갖추었다.
그런데…
우리가 오를 오봉산의 높이는 해발 779m, 출발지인 여기 배후령의 해발은 600m란다.
에계계…
동네 뒷동산 높이밖에 안되는 겨우 179m를 오르려고 왔나 싶었다.
초반의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자 요런 내리막도 있고…
5월 정기 산행에 나선 열두 용사
김석진 허남준 김영문 신종진 이홍희 이풍규 최동효 계종걸
이석도 이종성 권봉기 김귀동
일 년 중 산의 푸르름이 가장 아름다운
5월의 한가운데를 걷는 친구들
흙 한 줌 물 한 모금 없는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이 소나무를 보면서
사람들이 한평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아무리 힘들다 해도 이 소나무만큼이야 힘들까 싶었다.
틈틈이 쉬면서 준비해 온 과일 등으로 요기를 달랬다.
그런데 산행 때마다 교대로 맥반석 계란을 준비해 오는 두 친구가
결석(?)한 바람에 생긴 허전함을 맑은 공기로 채우고…
청솔바위란다.
거대한 바위의 작은 틈 사이로 자신의 몸통보다 굵고 자신의 키보다 길게 뿌리를 내려 거목이 된
아름다운 소나무의 모습에서 무한한 생명력과 자연의 위대함이 보여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인
야! 정상이다.
우리나라 100대 名山 중 하나이라더니
역시 名不虛傳이로세
정상에서 포즈를 취한 김귀동 대장
우리 이륙산악회의 멋진 전통 중 하나 - 오늘 五峯山 完登의 기념품인
'五峯'을 아호(雅號)로 하사(?) 받을 계종걸 친구의 함박웃음
저 멀리 보이는 게 소양강댐?
겨유 한 사람씩만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홈통바위
일명 구멍바위 또는 문바위라고도 한단다.
진락공 세수터
위의 안내판에는 "진락공이 이 주변에 작은 암자를 지고 조용히 수양을 하는 등
참선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이자현이 손과 발을 씻기 위하여 네모로 두 개의 구멍을
파놓은 곳을 진락공 세수터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 나한전 등이 있었다고 한다.
진락공 세수터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는데 갑자기 헬레곱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기에
산 위 어디에서 부상자가 생긴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소리가 멀어지기는커녕 굉음 수준이 된다 했더니
계속 머리 위에 머무르는 듯 들려오면서 태풍처럼 강한 바람에 낙엽들이 온통 휘날리는 난리였다.
몇 발자국을 더 내려오자 그다지 험하지 않은 길목인데도 한 남성이 비스듬히 누워있고
주변에 몇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넘어져서 허벅지뼈가 부러졌단다.
그의 친구가 구조대에 연락했단다.
밧줄을 타고 헬기를 내려와 부상자에게 달려가는 구조대원들
몇 해 전 우리 이륙산악회에서 한라산 백록담에 올랐을 때도 정상주에 취한 한 등산객이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어 구조헬기가 출동하는 난리가 있더니만…
오늘 다친 등산객도 별로 험하지 않은 등산로에서 허벅지뼈가 부러질 정도로 넘어졌다니
이 양반도 산에서 술을 마셨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초창기 한때는 정상주를 즐겼지만
몇 년 전부터 산행 중에는 일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 산행에 나설 때는
아예 술을 지참하지 않기로 한 우리 이륙산악회의 철칙이 참 멋있다 싶었다.
해탈문에서…
계곡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발을 담근 친구들
물이 엄청 맑았지만 얼마나 차갑던지…
하지만 나는 한술 더 떠 등물까지…
마침내 하산이 끝나자 청평사가 보이고
이 안내판에서 이야기하는 당대 최고의 명필로 '청평산 문수사시장경비'를 썼다는
杏村 이암은 나에게 19代祖 힐아버지로 고려말 공민왕 때 문하시중(현 국무총리)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환단고기(桓檀古記)', '단군세기(檀君世記), '농상집요(農桑輯要)' 등을 남겼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해마다 집사람을 따라 정토회의 법회에 참석했지만
이번 사월초파일에는 이를 마다하고 산행에 나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흔적을 만나는 것이었으니…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너서는
또다시 음식점의 승합차를 타고 김유정역 부근에 있는
점순네 닭갈비집으로… 근데,
'오봉'이란 雅號 하사(?)식을 겸한 4시의 점심,
인심 좋은 여주인이 직접 농사 지었다는 실파와 쑥갓, 상추로 싸먹는
숯불 닭갈비는 얼마나 맛나던지…, 소맥은 와 그래 시원하던지…
이것은 4시간의 산행과 늦은 점심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것보다는 좋은 날 좋은 산을 좋은 친구들과
완등했기 때문이리라.
상봉역으로 가기 위해 김유정역에서 경춘선을 기다리며…
근데 상봉역에 내린 친구들은 곧장 집으로 가지 못했단다.
'오봉 계종걸' 친구가 '號' 턱으로 2차를 샀단다.
'도보여행, 여행,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젖고 싶어 걸었다. (0) | 2019.08.15 |
---|---|
또, 도지는 걸까? (0) | 2019.07.31 |
이륙산악회의 기해년 2월 정기산행 (0) | 2019.02.12 |
이륙산악회의 기해년 첫 산행 (0) | 2019.01.19 |
이륙산악회의 송년산행 (0) | 2018.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