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사돈의 古稀宴

2017. 9. 10.(일요일)

광주사돈의 칠순 잔칫날.

은규네와 함께 새로이 잘 뚫린 3번국도를 달렸더니 경기도 광주시에 도착하기엔 30분이면 충분했다.

광주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웨딩홀에 도착해 식장으로 들어가자 아름다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사돈 가족들이 입구에 도열하듯 나란히 줄을 서서 인사하며 반갑게 우리들을 맞았다. 우리를 먼저 본 원준이와 세은이가 쪼로로 달려와 나와 집사람의 품에 안겼다. 사돈의 친인척과  많은 친구분들은 물론이고 광주시장도 참석해 좌석 사이를 다니면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잘 차려진 뷔페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시작할 무렵 중곡동사돈 내외분이 도착해 우리와 자리를 같이했다.

곧 식전행사를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안내말이 들렸다.

흰 한복 바지와 저고리에 예쁜 분홍 조끼를 입고 어깨띠를 두른 여러 사람들이 무대에 모였다.

광주사돈께서 취미활동으로 풍물놀이를 하신다더니 같이 하는 분들의 모임인 '곤지암 풍물패' 멤버들이란다.

징잡이가 된 사돈께서 가운데 앉아 리더하고, 회원들은 신명나는 풍물 소리로 한참동안 잔치 분위기를 무르익혔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색소폰을 목에 걸고 나가 미리 설치해 두었던 반주기의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했다.

첫 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

둘째 곡은 '당신'

세째 곡은 '안동역에서'

연주를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큰 실수 없이 무난히 마친 것 같았다.

광주사돈과 중곡동사돈 모두 내게 엄지를 치켜 세우며 잘 했단다. 집사람과 다른 가족들도 작년 양재천 연주회에서 들었을 때보다 많이 늘었다면서 듣기 좋은 응원을 했다. 더구나 내가 연주할 때 원준이와 은규가 앞으로 나와 춤을 추는 게 얼마나 예쁘고 귀엽던지…, '안동역에서'를 연주할 땐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춤을 출 때는 진짜 연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색소폰을 시작한 지 5년도 넘었지만 색소폰 동호회의 월례 연주회나 양재천 연주회 그리고 친구 모임 등에서 한두 곡씩 연주할 때는 늘 무척 긴장이 되곤 했었는데, 오늘은 사돈의 칠순잔치인데다 처음으로 100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 앞에서의 연주라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별로 떨리지 않았으니…. 

자식을 나눈 사이라며 사돈들과 평소 친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어서 마음이 무척 편했던 모양이다.

아들 등에 업힌 사돈과 맏사위 등에 업힌 안사돈 그리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가족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입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잔치가 시작되고, 아리따운 사회자가 큰소리로 사돈의 약력을 소개했다.

1948년 9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경기도 광주에서 뿌리를 내린 사돈의 人生 歷程.

슬하의 1남 2녀는 모두 결혼을 해서는 각각 1남 1녀씩을 두었으니 사돈은 손자도 셋, 손녀도 셋.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다복한 가정이란다.

기념사진 촬영에 이어 자녀들이 부모님께 인사하는 시간.

첫 순서로 내겐 사위지만 사돈의 이들인 동진이와  내 딸 세라가 만수무강의 염원을 담은 한잔 술과 삼배를 올렸다. 

그때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가족들 사이에서 일상복을 입은 채 형아들을 따라하는 어린아이가 얼마나 귀엽던지…,

고운 한복을 입은 이종사촌형 원준을 따라 절을 하곤 했는데 마치 광주사돈의 친손자처럼 행동했다. 아니 케익의 촛불을 끄고, 케익을 자를 때는 광주사돈 옆에 바짝 붙어서는 행동 하나하나에 얼마나 집중하던지…친손주 이상이었다.

그런데 요놈은 바로 내게는 두 번째 외손자요, 중곡동 사돈에게는 친손자인 송은규.

'은규도 한복을 입혀서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손자의 요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회갑잔치, 칠순잔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저절로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어 칠순이 되려면 아직은 적잖은 세월이 남아 있는 중곡동사돈을 바라보며 웃었다.



2부 행사

주인공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진짜 잔치 시간이었다.

광주사돈

광주 안사돈

중곡동사돈,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친구들

하나같이 노래를 얼마나 잘 하던지…

모두 모두가 가수였다.

우리 원준이 은규는 형아들과 춤을 추느라 더 신이 나고…


맛있고 즐거운 잔치였다.

젊은 나이에 고향 떠난 사돈께서 수많은 역경을 겪으며 30 번도 훨씬 넘게 이사를 다니고서야 뿌리를 내려 제2의 고향이 된 경기도 광주시. 이곳 광주에서 一家를 일구고 事業에 열정을 쏟으면서 많은 사회활동도 하셨다는 사돈의 말씀을 입증이라도 하듯 광주市長을 비롯해 많은 지역민들이 참석해 축하를 아끼지 않은 칠순잔치였다.

이제는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음에도 나태해짐을 경계하면서 6천 평의 오디농장에 오디 생산과 누에를 치고, 토종닭도 키우는 등 농장 곳곳에 유기농 채소까지 재배하면서 가족의 건강 밥상을 책임지는 광주사돈. 부지런함, 근면, 성실의 대명사나 다름 없는 사돈께서 이제는 당신의 건강을 더 잘 관리해 가족 곁에 오래오래 계시길 바라는 소원을 갖게 한 잔치였다.

내겐 10년 후 팔순잔칫날엔 더 멋진 연주를 하리라는 각오를 다지게 한 잔치였다. 


(축하객을 맞는 가족들)



(다복한 가족의 기념촬영)




(곤지암 풍물패의 식전행사)



(내 나이가 어때서 연주)

(내 색소폰 연주에 맞춰 춤추는 원준이와 은규 등)



(주인공 등장)


(친인척들의 기념사진 촬영)





(부모님께 큰절 올리는 동진이와 세라)


(큰절 올리는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들…, 그런데 여기 은규도 있네)


(이종 사촌 원준이 형아를 따라 은규도 같이…)


(중곡동 사돈 내외분과 집사람)


(중곡동사돈께서도 한 곡조를 뽑으시고…)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 태어난 우리 집 앞 공원   (0) 2017.10.28
예행연습  (0) 2017.09.20
손자의 응원  (1) 2017.09.10
丁酉年과 닭 그리고 계란  (0) 2017.08.26
꿈같은 행복  (0)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