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7.(목요일)
어제 은규를 하원시켜 데려오면서 차 안에서
손자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은규야, 내일은 할머니가 은규 데리러 오실 거야."
"왜요. 할아버지 어디 가?"
"응, 할아버지는 내일 친구들이랑 골프 가야 돼."
"골프요, 할아버지 화이팅!"
몇 년만에 찾은 충북 진천의 히든밸리
럭셔리한 클럽하우스의 곳곳엔 멋진 예술품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비디오 아티스트로 이름을 떨친 故 백남준 선생의 작품이 내 눈길을 끌었다.
불이 끄져 어둑어둑한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한참 동안 보고 있는데
여직원 한 분이 비디오에 전원을 넣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동반자는 오늘도 서기팔, 김홍관, 정준홍.
고교 동기이자 은행 동료였던 우리 네 명은 매달 각자 5만원씩 회비를 내지만
적당히 적립되면 당일 분담금 없이 회비로 라운딩을 하는데 완전 공짜 기분의 라운딩이다.
부담 없는 친구들과 비용의 부담마저 없는 골프이니 이보다 더 즐거운 라운딩은 없을 것인데다
조금은 신비스러운 아침 안개와 전날 내린 비로 촉촉해진 필드가 우리를 반겨주었으니
골프도 잘 되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우정은 더욱 깊어졌으니 어찌 아니 좋으랴.
거기다 골프장을 오가며 들렀던 맛집 '엽돈재 토종청국장'에서 먹었던
청국장과 엄나무 닭백숙랑 반찬들은 또 우째 그리 맛있던지…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즐거운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 만난 우리 은규가 내 품에 뛰어들며 말했다.
"할아버지 골프 잘 쳤어,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알 수 없는 뭔가가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이보다 더 큰 응원이 또 있을까?
이건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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