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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칭찬 받던 날

2017. 6. 21. 수요일

서초문화예술원에서 詩 공부하는 날.

평소보다 운동을 훨씬 적게했는데도 집에 돌아오니 벌써 10시.

집사람이 정토에 가면서 차려 놓은 몇 가지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집을 나섰다.

10여 분만에 도착한 문화예술원

먼저 칠판의 빈자리 3번에 내가 쓴 시의 제목을 적은 다음

먼저 교수님의 자리에 1장 올려 놓고, 회원들의 자리에도 한 장씩 한 장씩…

10시 30분 수업시간 정시에 도착하신 박동규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수업에 앞서 7월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시작되는 "심상 햐변시인학교"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금의 해변시인학교는 39년 전 포항 구룡포에서 첫 발을 뗐단다.

구룡포 해변에 있는 조그마한 초등학교 

엉덩이의 반쪽밖에 얹혀지지 않는 초등생 걸상에 앉아 어릴 때의 추억에 젖어들기도 하고, 詩다운 詩를 쓰고자 하는 아마추어들이 참석한 등단 詩人들과 함께 詩를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시골 아이들이 비워준 교실에서 함께 뒹굴며 일상을 잊은 채 詩에 젖고, 詩를 공부하면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와 시인학교의 역사를 들려주셨다. 초기의 해변시인학교는 4박 5일 또는 5박 6일의 일정이었단다. 현대그룹의 故 정주영 회장께서도 생전에는 적극 참여하셔서 평소엔 일반 회원들과 똑 같이 행동하시다가 늦은 밤에 등단 시인들을 따로 초청해 크게 대접하시곤 했단다. 이번 해변시인학교에도 많은 등단 시인들이 참석함은 물론 詩 토론, 백일장 등을 통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나도 참석하고 싶다. 시 공부는 물론이고 장기 자랑시간에 색소폰 연주도 하고 싶었다,

백일장에도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2년 전부터 준비해온 고교친구들과의 백두산여행 일정이 하필이면 시인학교가 시작되는 7월 6일부터 시작되니…

내년 해변시인학교에는 꼭 참석하리라 마음을 다졌다.


교수님의 詩論,

오늘은 '역설(逆說)'에 대하여…

詩論 강의가 끝나자 시작된 회원들이 자작해서 제출한 시에 대한 평론.  

순번에 따라…

내가 제출한 '잿빛 하늘' 차례.

내가 일어서서 시를 낭송했다.

교수님께서 '참, 잘 썼다."고 칭찬을 하셨다.

회원들에게 박수를 한번 쳐주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왜, 노인티를 못내 안달이냐?", "속 좁게 왜 내 것만 생각하느냐?"고 나무라셨다.

詩 속의 '손자'를 '아이'로 바꾸어 보란다.

'예전의 아이들이'은 관용적 낸새가 너무 강하다면서 다른 단어를 찾아 보라고 하셨다.

무척 오랜만에 들은 칭찬.

기분이 좋았다.


수업이 다 끝날 무렵.

한 회원이 앞으로 나가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우리 시 공부반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황국태 詩人이셨다.

자신의 첫 詩集이 나왔다며 회원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신단다.

2011년 칠순이 지나 '心象 新人賞'에 당선되면서 詩壇에 등단하신 황국태 詩人은 1934년 평북 신의주에서 태어났지만, 6.25 전쟁이 일어자나 17세에 혈혈단신 부모님과 이별하고 남쪽으로 내려와 부산에 살면서 서라벌 예술대학에 입학해 양주동 선생과 염동섭 선생의 강의를 듣기도 했단다. 하지만 학업을 다 마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던 모양이다.

묻혀있던 씨앗이 수십 년만에 발아하듯 청년 문학도의 꿈을 칠순이 되어서야 이룬 대단한 노익장이시다.


'형데봉'은 우리 형제봉(兄弟峰)의 북한말이란다.

시집 속의 시들은 시인의 어릴 적 추억을 많이 담고 있었다.

곳곳에 낯설은 북한말들이 많은데 이들은 고향을 그리워 하는 老 詩人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듯 했다.

83세의 첫 시집.

노익장의 문학에 대한 열정.

마치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 생명의 밧줄을 놓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앞으로 20년 후면 맞을 나의 83세.

이때쯤이면 나도 첫 시집을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가끔 상상을 해 본다.

내 첫째 외손주 정원준 결혼하는 날, 

신랑 외할아버지가 쓴 책을 하객들에게 답레품으로 선물한다. 결혼 축가로 색소폰을 연주하는 팔순이 넘은 내 모습을…

그래서 나는 매일 매일 다짐하고 땀을 흘린다.

'상상이 헛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가꾸리라.'


(시론을 강의하시는 박동규 교수님)



(교수님의 내 詩 평론)


(자필 서명한 시집을 선물하시는 황국태 시인)


(황국태 시인의 첫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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