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0. (수)
두 번의 주말에 근로자의 날, 부처님 오신날, 어린이날 여기다 갑작스런 대통령 선거일까지…
길게는 11일간의 황금연휴, 적어도 하루 걸러 하루씩은 쉰 샌드위치 연휴였다.
이 기간 중에는 우리 아기들도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단다.
원쥰이는 경기도 광주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작은 고모댁 가족들과 서해안으로 1박 2일의 갯벌체험을 다녀오고, 은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중곡동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댁의 가족들과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데다 또 무지무지 좋아하는 카봇을 뮤지컬로 봤다니 최고의 연휴를 보냈다.
아직은 어려 원준이 오빠를 따라가지 못한 세은이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나름 연휴을 행복하게 보냈으니…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날이다.
오늘은 두 번째 수요일
게다가 오늘은 한 달에 두 번씩 있는 (주)LGU+의 Smart working day.
이날은 운규 아빠가 5시쯤 퇴근하면서 은규를 하원시키기에 우리에겐 시간 여유가 평소보다 두세 시간 많은 날.
오늘은 6시부터 집사람이랑 함께 운동을 한 다음 간단한 요기까지 마치자 벌써 10시였다.
서초문화원의 심상문학회 詩 공부를 마치고 수강생들과 점심 식사를 한 다음에는 색소폰 동호회에 가서 5시까지 느긋하게 색소폰 연습이나 실껏 할 요량으로 가방을 챙겨 들고 서초문화예술회관으로 …
박동규 교수님의 詩評에 앞선 30여 분 간의 詩論에 대한 열강이 끝났다.
수강자들이 차례대로 일어나 自作詩를 낭송하자 박 교수님의 평론과 칭찬이 따랐다.
내 순서에 내가 최근 自作한 詩 『일장춘몽의 꿈』을 낭송하자 교수님께서는 먼저 잘 썼다고 칭찬부터 하셨다.
그러고는 제목의 "一場春夢"란 단어는 너무 관습적인 단어라 영 마땅찮다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또, 마지막 연의 "외손주 유람 흔들 때의 내 아내처럼"이 전반적으로 볼 때 다소 약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내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소리는 내지 못하고 덜덜덜 요동을 쳤다.
꺼내보자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인데 보라가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데 이 시간에…'
'어린이집에서 은규가 아프다는 연락이 온 걸까?'
갖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한창 수업 중이라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재빨리 카톡을 켜서 "詩 수업 중"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먼저 보라가 보낸 글이 들어와 있었다.
카톡에 대한 답이 없자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은규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담임선생께서 보낸 문자를 받은 보라가 내게 패스한 것이었다.
"은규의 얼굴과 등, 엉덩이까지 붉게 부어올랐다."는 내용이었다.
'뭘 잘못 먹어서 그럴까?'
'어제 저녁 우리 집에서 꽃게찜과 왕새우를 구워 먹은 게 잘못된 걸까?'
'아니면 그저께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댁 식구랑 함께 다녀온 친가 가족의 제주도 여행에서 잘못 먹은 게 있나?'
꽃게와 새우를 같이 먹었던 원준이랑 세은이는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혼자서 부리나케 이른 점심을 먹고는 집에 돌아와 차를 운전해 용산으로 갔다.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는 아이들을 낮잠 재우기 시작하는 1시가 살짝 넘었다.
컴컴한 실내를 살금살금 들어가서 초록반 앞에 서 있자 선생님이 은규를 데리고 나왔다.
은규는 나를 보자 대뜸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
"할아버지 가려워서 긁었더니 아파요."
선생님에 따르면 오전에 좀 심했던 알레르기가 점심 식사 후에는 많이 수그러들었단다.
다행히 은규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주차장에서 은규는 차를 타면서 물었다.
"할아버지, 과일 뭐 가져왔어요?"
"은규가 아파서 소아과 가야되니까 아무것도 안 가져왔는데…"
"에이, 먹을 수 있어요. 내일은 가져오세요."
"그래, 내일은 무슨 과일 가져올까?"
"바나나, 오렌지, 수박, 포도, 네 가지 가져와요."
"알았어, 네 가지 가지고 올게."
"할아버지, 노래 틀어주세요."
낮잠 잘 시간이라 차를 타면 금방 잠들 줄 알았는데…,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차 속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재잘재잘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은규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자주 가는 양재동 튼튼소아과에 도착했을 땐 1시 50분.
아뿔사, 점심시간이었다.
15분을 기다려 두 번째 진료.
은규에 대해 아주 잘 아시는 의사 선생님.
최근 먹었던 음식과 상황을 전해 듣고는 진찰을 하더니 걱정 말라고 했다.
다른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단지 해산물 알레르기 같단다.
이틀 정도 약(시럽)을 먹고 가려운 데 약을 바르면 괜찮을 거란다.
집에 돌아온 은규.
낮잠을 좀 재워야 하는데 통 누워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까불며 날더러 친구라 부르면서 놀자고만 했다.
은규를 재우는 비장의 무기, 띠를 둘러 가슴에 안고 집앞 공원을 산책할 수밖에…
공원을 채 한 바퀴도 돌기 전에 잠든 은규,
3시 30분부터 두 시간 낮잠.
은규가 일어난 5시 반에 맞춰 원준이랑 세은이가 오고, 우리 집은 놀이터가 된다. 내가 악당이 되어 함께 놀 땐 좀 덜 한데, 원준과 은규, 세은이 셋만이 모여 놀 땐 장난감은 말할 것도 없고 방석, 베개, 이불 등이 제자리에 있질 못한다.
식사 후 놀다 9시가 되자 원준이랑 세은이가 아빠랑 먼저 집으로 가고, 은규도 엄마 아빠랑 집에 갈 시간.
그런데 요놈은 집에 가기 싫단다. 더 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러면 또 내가 나설 수밖에…
"은규야! 할아버지가 1층 은규집에 같이 갈까?"
이 말에 은규는 박수를 치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서더니 현관으로 향했다.
은규 방에서의 한 시간.
은규는 카봇이란 카봇은 다 꺼내놓았다.
그러고는 먼저 은규가 차탄이 되고 ,나는 킹가이즈가 되었다.
다음은 내가 차탄이 되고, 은규는 젯트렌이 되는 차례……
차례대로 하나씩 하나씩 번갈아 카봇놀이를 끝내고서야 은규는 한마디의 말로 할아버지를 풀어주었다.
"할아버지 안녕! 내일 봐요."
"그래 우리 은규, 잘자!"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우리 은규 이제 괜찮을 것 같았다.
몸은 조금 피곤했다. 아침에 마음먹었던 색소폰을 입에도 대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바쁜 하루가 사위와 딸들이 회사에서 마음 편하게 일하게 하고, 집사람을 조금은 덜 힘들게 했겠다는 생각과 우리 아기들의 건강에 도움 되었음에 내 마음은 뿌듯했다. 우리 가족의 평안과 손주들의 건강이 내 행복임을 실감한 하루였다.
내가 건강해야 되는 이유를 한번 더 느끼고 건강을 다짐한 하루이기도 했다.
(연휴를 즐기는 우리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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