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5.(월요일)
평소와 다름없이 은규를 데리러 갔다.
5시가 조금 안되어 도착했지만 늘 그러하듯 은규는 자신이 책꽂이에서 꺼내 온 책 4권을 내가 다 읽어주고 나서야 양말을 신고 따라나섰으니 시간은 5시 20분이 넘었다.
은규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물었다.
"할아버지, 뭐 가지고 왔어요?"
"글쎄, 뭐 가지고 왔을까?"
"지하 1층 갈까?"
"아니, 차에 맛난 거 있어."
지하 1층 편의점에 가자는 은규를 달래 곧장 지하 3층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태웠다.
은규는 전용 카시트 위에 놓인 프라스틱 통을 들고 소리쳤다.
"와! 감 말랭이잖아. 사과 말랭이도 있고 배 말랭이도 있네. 내가 엄청 좋아하는데…"
지난 늦가을부터 집사람이 틈틈이 건조기에서 정성을 다해 말린 말랭이들을 오랜만에 가져왔는데, 은규가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평소엔 차를 타면 노래를 틀어 달라 하고는 따라부르기 바쁜데, 한참 동안이나 조용했다.
노래 대신 오물오물 말랭이를 씹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백미러를 통해 맛나게 먹는 손자의 입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한참 오물거리던 은규 입을 뗐다.
"할마버지, 오늘은 선생님 날이예요."
"그래 맞아, 선생님 날이야. 선생님 날인데 은규는 오늘 뭐했어?"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고, 안았어요."
"그래 잘했다. 우리 은규 최고"
"할아버지 오늘 월요일이죠?
"그래 5월 15일 월요일"
"맞아요. 어제는 4월이었는데 오늘은 5월, 월요일은 먼데이."
"맞아 월요일은 먼데이, 5월은 메이, 15일은 피프틴이지"
"아니예요. 5월은 파이브에요. 원, 투, 쓰리, 포, 파이브잖아요."
4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금요일에 한 시간씩 영어수업을 한다더니…
영어 동요를 곧잘 따라부르는 은규의 발음은 나보다 좋았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이래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이란 말이 있는 모양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손주들.
요놈들의 성장 속도에 비하면 우리의 늙어감은 더딘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한 시간 남짓 함께 동요를 부르고,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는 은규의 하원길.
차 안에서의 오붓한 데이트는 언제나 설렘이자 행복이다.
(2017. 5. 4. 하원길 한글박물관에 들렀을 때 은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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