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8. (일요일)
어제 우리 집으로 저녁 먹으러 왔던 정원준.
집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머리가 좀 아프다고 했단다.
그렇지만 우리 집에 와서는 동생들을 데리고 신나게 잘 놀았다.
원준이, 은규, 세은이가 얼마나 잘 어울려 놀던지…
저녁도 아주 잘 먹었다.
외할머니가 통영에 주문했던 싱싱한 굴을 잔뜩 넣어 지은 굴밥을
양념장과 멸치볶음으로 비벼 참 맛있게 먹고 간 우리 손주들.
그런데, 우리 원준이가 오늘 병원에 갔단다.
밤 1시쯤부터 고열이 심했단다.
검사결과 독감으로 확진되어 타미플루 처방을 받았단다.
어린이집에 독감 걸린 아이들이 여럿 있다더니 옮았나 보다.
독감에 걸린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 되겠지만
아이를 돌볼 가족이 없는 맞벌이 부부는 안 보낼 수 없는 모양이다.
본죽에 들러 전복죽 한 통을 사 들고 원준이네로…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을 열자 세은이가 쪼르르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두 살배기 세은이는 오빠가 놀아주지 않아 심심했던 모양이다.
온갖 귀여움 다 떠는 세은이를 한번 안아주고는 원준이 방에 가자
침대에 누워있는 원준이는 그새 핼쑥해져 쌍꺼풀까지 깊어졌다.
한창 뛰놀고 까불거릴 나이인데…
가만히 누워있는 원준이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원준이 이마를 짚어보면서
"많이 아파?"
"아이들은 이렇게 아프면서 자라는 거야.",
"원준이는 건강해서 금방 나을 거야."
위로할 때도 눈만 껌뻑거리는 손자가 가여웠다.
할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미안했다.
내가 원준이 나이에 아플 때가 떠올랐다.
병원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약국조차 없었던 시골.
독한 감기에 걸리거나 심하게 앓을 때는 주로 엄마와 할머니께서
온갖 민간 약초 또는 한약재를 달여먹여 낫게 했었지만
때로는 바가지에 찬물을 떠와서는 식칼로 내 머리맡에서 정성을 들인 후
마당에 물을 뿌리며 식칼을 마당에 던져 그 자리에 식칼로 무슨 표시를 하곤 하셨다.
그렇지만 며칠 후엔 용케도 말짱하게 나았으니….
미신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우리 원준이는 평소 건강한데다가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좋은 약을 먹고 푹 쉬고 있으니
식사만 잘 하면 급방 독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 텐데….
그런데 세은이는 전복죽을 아주 잘 먹었지만 원준이는 조금 먹다 말았다.
좋아하는 전복죽인데도 조금밖에 먹지 않는 걸 보면 입맛을 잃어나 보다.
하지만 먹성 좋은 원준이니까 내일부터는 잘 먹고
며칠 내에 언제 아팠냐는 듯이 회복하리라.
제발 세은이에겐 옮지 않아야 될 텐데…
손주들의 아픔,
이 할아버지가 대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원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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