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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는 글을 이렇게 쓴다'를 읽고...

 

2016. 9. 29.(목요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시작할 때는 내 일상에 있었던 일이나 생각을 그대로 쓰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글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조금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으로 시작한 게 수필공부.

수필공부를 시작한 지도 벌써 3년 반이 되었다.

그동안 내 블로그에 600여 편의 글을 올리고, 또 수필이랍시고 100편 가까이의 글을 쓰면서 작년에 등단까지 했건만 아직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한 번 더 욕심을 내면서 여름이 시작될 무렵 한 권의 책을 주문했다.

『나는 글을 이렇게 쓴다

 

책이 도착했다.

헉∼, 

포장지는 뜯었지만 읽기도 전에 질리고 말았다.

책이 엄청 두꺼웠다. 무려 824페이지나 되었다.

하긴, 문인과 교수 등 163명 명문가(名文家)들의 글쓰기 특강인 셈인데 마땅히 이 정도는 되어야 겠지만….

하루에 몇 페이지씩, 시나브로 읽다보니 그저께서야 마지막 824페이지였다.

일독(一讀)을 마치는 데 석 달 열흘은 걸린 것 같다.

 

『나는 글을 이렇게 쓴다

 

이 책은 이미 일가(一家)를 이룬 163명의 유명 문인들이 수필은 물론 시, 소설, 동시, 희곡, 논문 등 여러 장르의 글에 대한 자신의 글쓰기 작법 또는 글쓰기 요령, 글쓰기 자세를 솔직하게 밝힌 글들을 모아 역은 것인데, 다행히 내가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인 수필에 대한 글들이 가장 많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남겨진 최후의 희망이란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필을 잘못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잘못 쓰면서도 쓰겠다고 쉽게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붓 가는 대로 쓴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쓴다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구애됨 없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도록 쓰야 한다고 했다.

수필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故 윤오영 선생은 수필 쓰기를 '양잠설'에 비유하여 이렇게 말했단다.

"그 사람 재주는 비상한데, 밑천이 없어서" 뽕을 덜 먹었다는 뜻으로 독서의 부족을 말하는는 것이다.

서초문화원에서 수필 창작을 지도하고 계신 신길우 교수님께서는 이 책에서 수필의 내용과 형식의 혁신을 강조하시면서, '무엇을 쓸 것인가? 왜 의미 있는 것인가? 쓸 것은 어떻게 찾는가? 어떻게 쓸 것인가?' 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다. 또 詩人이신 성신여대 이성교 명예교수는 '수필을 쓰는 것은 자기를 담는 작업' 이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첫째, 되도록 짧게 쓰려고 한다. 

둘째, 재미있게, 독특하게 쓰려고 한다.

세째, 친근미가 나도록 쓰려고 한다.

네째, 되도록 쉽게 쓰려고 한다. 유식한 용어나 허황된 과장은 그만치 문장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며.

다섯째, 있는 그대로 진실성 있게 쓰려고 한다.

여섯째, 좋은 체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쓰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수필가들이 수필의 작법(作法)을 뷔페음식에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비빔밥에 비유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분들은 조림, 나무 키우기, 요리 등 여러 가지에 비유를 하기도 했지만, 하나 같이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 끝없이 강조했는데 이렇게까지 말씀하신 분도 있었다.

"나는 퇴고한다. 고로 존재한다."

 

내 일상을,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쉽게 덤벼들었던 수필.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수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더.

그렇지만 글 쓰기가 얼마나 즐겁고, 내 삶을 살찌우는 일인지도.

이 책은 내가 수필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은 독서가 많이 부족함을 일깨워 주었다. 

또, 한 편의 글을 쓸 때마다 소재찾기와 문장 다듬기에 더 정성을 쏟아야 됨을 깨우쳐 주었다.

그리고 조각가가 통나무를 끌과 조각칼로 한 조각 한 조각 파내고 깎아낼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어 마침내 이목구비가 뚜렷한 조각상이 되듯, 수필 또한 퇴고를 거듭할 수록 간결한 제 모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겠다.

이번엔 정독(精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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