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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2016. 8. 17.(수요일)

딸 세라가 초대권이 생겼다며 우리에게 영화 보러 가란다.

'며칠 전 친구들이랑 「인천상륙작전」을 봤는데…'

처음엔 썩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 가겠다면 집사람은 "친구들과는 가면서 나랑 가기는 싫어요." 하면서 삐질 게 틀림없는데다, 요즘처럼의 폭염에는 피서를 겸해 영화 보러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다는 뉴스도 있고 , 또,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덕혜옹주」란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에 언제가 한번 봐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던 터라 군말 없이 두 장의 초대권을 받았다.

영화관은 퇴계로에 있는 대한극장

영화는 5시 이후.

아내는 정토회에 갔다가 시간 맞추어 극장으로 가고,

나는 색소폰 동호회에서 연습하다가 시간 맞추어 극장으로 갔다.

6시 반에 시작하는 덕혜옹주를 예매하고 났더니 1시간 반이나 남으니 요기를 할겸 식당으로….

수 년 동안 외식은 언제나 손주들을 비롯해 온 식구가 모여 했었는데 단 둘이 식당에 들어서니 나는 조금 어색했다.

그런데 집사람은 오랜만에 나와 단 둘이 오붓하게 식사하니 더 좋단다.

대한극장

몇 십년만에 들어온 것 같다.

옛날의 분위기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상영관이 열 개도 넘는 극장으로 리모델링을 해 많이 달라져 있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기업이 영화업에 진출한 바람에 젊은 날의 추억이 서린 대부분의 극장들이 사라졌는데도 대한극장은 아직도 극장이란 타이틀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덕혜옹주」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고종황제의 외동딸로 태어난 대한제국의 사랑을 받은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다. 아버지 고종황제의 독살(?) 후 만 13세의 어린나이에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유학이란 미명아래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중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 강제로 끌러온 동포들을 위로하고, 상해 임시정부로의 망명을 시도하는 등 모색하는 등 독립운동에 힘을 보태고자 하지만 실패하고 강압에 의해 일본의 귀족과 결혼한다. 해방 직후에 정부의 입국불허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옹주는 끝내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그녀의 유일한 딸은 자살하고 만다. 수 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옹주는 친구의 덕분으로 고국땅을 밟게 되지만…


몇몇 영화평론가들은 이 영화는 사실과는 다르게 조선왕실을 미화하고 있다고 혹평을 하고 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위인전, 자선전, 역사적인 영화 등은 100% 사실인가?

이 모두가 사실을 기초로 하되 긍정적인 부분은 좀 더 좋게 표현하고 부풀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면은 더러 순화시키기도 하고, 아예 숨기기도 하지 않는가. 이 영화 또한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일 뿐이지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실화이고 그 실화 안에서 세부적인 것은 감독이 내용을 가미해서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극화해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영화이다. 그런데도 평론가들은 영화를 다큐멘터리라는 틀에 넣고 사정없이 비판하면서 더 나아가 영화 자체를 깍아내리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 전달이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사실에 입각한 픽션으로 전체적인 내용의 틀만 사실이면 되는데도 말이다.

마지막 황녀 덕혜가 설령 드러내지는 못했을지라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내심을 추즉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다.

또한 당시 친일파들의 간사함과 동포에 대한 횡포, 해방후에도 조국에의 입국이 불허된 황녀와 달리 날 보란 듯이 떳떳하게 입국하는 친일파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울분을 삼키게 된다. 설령 이 영화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할지라도 관객들이 황녀의 기구한 운명을 보면서 국권을 잃은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게 되고, 지금이라도 나라의 힘을 키워 두 번 다시 국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겠다는 마음을 일게 할 것 같은데다 출연 배우들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열연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기에 나는 이 영화「덕혜옹주」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영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영화보러 자주 오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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