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몸짱 할머니 되는 거 아냐?" 라며 개인 PT까지 받던 집사람.
몸이 꽤 좋아졌다며 헬스에 한창 재미가 열심히 땀을 흘리던 집사람인데, 탈이 났다.
추석을 불과 사나흘 앞두고 집사람이 눈 수술을 한 것이다.
50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력이 나보다 좋았던 아내였는데 언제부턴가 돋보기를 찾더니,
두어 달 전에는 시력검사를 하고 새 안경을 맞추었다.
때로는 안경을 꼈다 때로는 벗었다 하면서 한동안은 잘 지내더니 한 쪽 눈이 불편하단다.
노안이려니 했다. 조금씩 더 불편하단다.
이주일 전쯤인가?
맞춘지 두 달밖에 안된 안경인데 한 쪽 안경알이 빠졌다.
A/S를 받으러 찾아간 안경점.
눈의 불편함을 이야기 하고 시력검사를 다시 받았단다.
일반적인 시력검사를 하고, 모눈종이 같은 것으로도 했단다.
안경점에서 아무래도 황반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안과에 가보라 하고…,
찾아간 안과에서는 황반변성 같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기에 서울삼성병원으로의 진료의뢰서를 받아왔다.
황반변성.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하는데, 시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도 황반의 중심이므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력이란 대상의 존재와 형태를 인식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물체의 상이 황반의 중심와에 맺어질 때 가장 예민하고(중심시력), 망막 주변으로 갈수록 저하됩니다(주변시력). 우리가 책을 보거나 어떤 물체를 볼 때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부를 통해서 보게 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중심시력을 시력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황반이 노화, 유전적인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되고, 심할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질환이 바로 황반변성입니다."
완치가 되지 않고 실명까지 갈 수 있는 병이라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삼성병원에의 정밀검사 결과는 황반원공이란다.
안구의 가장 안쪽 신경막인 망막의 중심부에 구멍이 생겼다며 치료법은 수술밖에 없단다.
수술 성공율은 80∼90% 정도로 매우 높으며,시력도 50∼60% 정도 개선된단다.
집사람은 9월 중순에 친구들과 제주도로 힐링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는데….
10월 중순에는 보라 시부모님, 세라 시부모님과 함께 일본여행을 가기로 하고 비용까지 다 냈는데….
담당 의사는 수술이 빠를수록 좋다며 수술날짜를 추석 며칠 전으로 잡았다.
수술 전의 여행은 괜찮다기에 집사람이 제주도는 다녀왔지만,
수술 후엔 한 달 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한단다,
그래서 양 사돈과의 일본여행은 취소할 수밖에….
집사람을 입원시키기 위해 함께 간 서울삼성병원.
출입구마다 직원들이 드나드는 내방객들의 체온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몇 달 전 메르스가 온 나라를를 집어삼킬 듯할 때. 병원폐쇄라는 수모까지 당해 국내 최고 병원이란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더니, 최근 중동을 다녀온 사람들 중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생겼다는 소식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이다. 삼성병원의 일일 외래환자 수가 8천 명에서 일만 명 정도 된다더니,
이날도 엄청 복잡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릴 때마다 체온을 체크하기는 보통 일이 아닐텐데….
난생 처음으로 집사람을 간병하러 왔건만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푹 쉴 수밖에….
다음 날,
수술이 잘 끝났단다.
눈 속의 유리체를 제거하고 유리체 피질과 망막전막을 벗겨 제거한 뒤 눈 속에 특수가스를 채우는 수술이었다. 하지만 수술 후 2주 정도는 엎드려 지내야만 황반원공의 주변연에 있던 박리가 유착되거나 원공이 소실되게 된단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힘드는데, 엎드려 지내야 하다니….
그리고 한 달 정도는 운동도 하지말고 안정을 취해야 된단다.
기왕에 입원을 한데다, 집에 있으면 손주들이 보고 싶어 마음대로 못 쉴 수도… .
그래서 병원에서 며칠을 푹 쉬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자 병원에서는 바로 퇴원하란다.
우리가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데리고 있는 은규는
얼마동안 엄마 아빠와 함께 중곡동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기로 하고,
원준이와 세은이도 당분간 자주 보지 않기로 했지만….
근 40여 년 동안 내 뒷바라지를 하느라, 두딸을 키워 시집보내느라 고생했던 집사람.
조금은 수척해진 집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아내에게는 '이제는 좀 쉬라.'는,
내게는 '은혜를 좀 갚을 때가 되었다.'는 신호가 아닐까?
건강을 빨리 회복하려면,
한 달쯤 지나 헬스장에서 또 열심히 땀을 흘리려면 많이 먹어야 하는데…,
하루 종일 엎드려만 있는 집사람은 식사 때가 되면 조그만 공기의 밥도 덜기 바쁘다.
밥맛을 잃은 집사람을 보니, 얼마 전까지 내가 요리학원에서 요리 배우길 참 잘했다 싶었다.
두 달 동안 열심히 배운 요리 솜씨로 집사람의 밥맛이 당기도록 하리라 마음먹으며
콩나물을 씻어놓고, 북어를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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