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이 씨 없는 감으로 잘 알려진『청도반시』의 고장, 淸道이기에
가을만 되면 우리 집에 감 상자를 든 택배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가을부터 한겨울까지 홍시가 떨어지지 않는다.
홍시를 냉동보관해 두었다가 여름에 아이스 홍시로 먹을 때도 있지만….
주로 한겨울이 지나면 홍시 대신 감쪼개와 곶감을 먹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감을 가공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지방의 특산물 장려정책에 힘입어
우리 고향에 감말랭이, 반건시, 곶감 등으로 감을 가공하는 공장들이 많이 생겼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고향에서 어머니가 덜 익은 감을 깎은 다음 얇게 썰어 햇볕에
말려서 만든 감쪼개와 감을 깎기만 해 말린 곶감이 겨울철의 최고 간식이었다.
우리 고향에서 어머니들이 만드는 곶감은,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곶감과 달랐다.
동그랗게 납작하고 겉면에는 분이 하얗게 피어있어 달콤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씨는 없고…
올가을에도 반시는 물론 대봉 감까지, 많은 감 상자가 배달되어 왔다.
그러자 집사람이 감말랭이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며 가정용 건조기를 샀다.
늦은 밤까지 나는 감을 깎고, 집사람은 썰어 건조기서 말리고…
몇 날 몇 일 동안, 힘들게 몇 상자를 깎고, 썰고, 건조시켜 만들었건만
막상 만들어진 감말랭이는 얼마되지 않았다. 生감의 4분지 1은 될까?
꼬들꼬들 조금은 젤리처럼 된 감말랭이가 꽤 맛있었다.
해마다 어머니가 만들어 보내주신 감쪼개를 맛나게 먹기만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더구나 건조기가 아닌 햇볕에 말렸으니…
집에서 처음 만든 감말랭이를 원준이와 은규까지 맛있다며 잘 먹는다.
그러자 집사람은 보이는 과일마다 썰어 말리고 싶은 모양이다.
사과를 말리고
고구마도 말리고
밀감도 말린데 이어
생강까지 말리고 있으니,
우리집 건조기는 주인을 잘못 만나 잠시도 쉴 새가 없지만
올겨울 우리가족들의 입은 군것질을 하느라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올가을 구입한 가정용 건조기)
(대봉감을 씻어 말리고)
(깎아 건조기에 넣어)
(대봉감 말랭이)
(고구마 말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