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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청계산에서…

2014. 8. 31.

어제는 한강

오늘은 청계산

5시 50분에 집을 나서면서

차는 타지않을 작정을 하고 걸었다.

원터를 지나, 7시쯤 옛골쪽에서 산에 올랐다.

이른 아침 산은 한층 상쾌했다.

등산객조차 거의 없어 더 좋았다.

최근에 잦았던 비 때문일까?

산비탈 군데군데 갖가지 아름다운 버섯들이 돋아 있었다.

'저 버섯들이 식용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버섯은, 왜 대부분 독 버섯일까?' .

이수봉, 석기봉, 망경대를 지나 매봉에서 한 사발의 막걸리로

목을 축인 다음 옥녀봉으로 향했다. 

매봉 조금 아래,

예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인근에 충혼비가 있다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1982년 6월 1일

3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특전사 군인들을 태운 군 수송기가

기상악화로 청계산에서 추락해 53명의 군인들이 사망했는데,

이때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청계산 기슭에 세운 충혼비.

비록 작고 검소했지만, 정성껏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았다.

비석 앞 돌로 만들어진 화병에는 하얀 국화꽃은 있었다.

희생자의 가족들이 다녀갔을까?

아니면 이들의 희생을 안타깝게 여기는 시민이 꽂았을까?

잠깐 묵념을 올리고는 비석 뒷면에 적혀있는 희생자들의 명단을

봤더니 사망한 특전사 용사들은 대부분이 일병이었다.

우리 서울시민들이 즐겨찾는 청계산에서

이런 큰 비극이 일어났다니….

나라를 지키기 위해 20대 초반의 나이에 입대한 그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간 자식을 하루아침에 가슴에 묻어야 했던 부모들…

이들은, 선박이 침물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사망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자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유가족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옥녀봉을 거쳐 화물터미널쪽으로 내려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 20분이었다.

7시간 20분.

오늘은 얼마나 걸었을까?

가끔 오르면서도 몰랐던 청계산의 비극.

충혼비를 보면서, 잠시나마 나라사랑을

생각해본 뜻 깊은 산행이었다. 

 

 

 

 

 

 

 

 

 

(청계산의 버섯들)

 

(청계산의 버섯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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