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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다.
세라네는 원준이를 데리고 필리핀으로 결혼기념 여행을 떠나고,
보라네의 은규 아빠는 진급을 앞둔 승진 대상자 교육을 받기위해 LG인화원에 들어갔다.
우리집이 매일 시끌벅적했는데, 오늘부터…,
원준이 식구들이랑 은규 아빠가 없으니, 보라와 은규만 남았다.
유아 마사지를 다녀온 보라가 은규를 데리고 왔다.
유모차에는 은규 짐이 가득 실렸다.
아기 욕조, 이유식 제조기, 아기 식탁, 기저귀, 옷가방 등등….
은규가 아빠가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금요일까지 우리집에 있기로 한 것이다.
매일 매일 만나는 은규이지만, 원준이가 없으니 더 반갑고 예뻤다.
우리끼리 오붓하게 청계산 옛골에 가서 외식도 하고….
은규는 두리번, 싱글 벙글 잘 놀았다.
엄마 찌찌도 잘 먹고, 응가도 잘 했다.
목욕까지 다 마친 우리 은규는 9시가 다 되자 연신 눈을 비볐다.
4일동안 은규는 내가 데리고 자고, 보라는 오랜만에 엄마랑 자기로 했다.
가끔 내가 원준이랑 자는 작은 방을 말끔히 정리해 은규의 잠자리 준비를 끝내자
보라가 은규를 안고가서 찌찌를 먹이며 재우려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럴까? 쉬이 잠들지 못한다.
잠들었다 싶었는데 어느새 깨서 칭얼대고
또 잠들었다 싶으면 또 깨고….
마침내 은규가 잠들었다며 보라는 나오면서
"은규를 낳고나서, 깨지 않고 다섯 시간 이상 푹 잠을 잔 적이 없다." 고 했다.
출산 휴직을 했지만, 하루종일 아기에게 매달려 모유로 키우고 있으니….
은규가 잠들었으니 이제 임무교대. 내가 들어갈 차례다.
태어난 지 7개월하고도 열흘 남짓된 우리 은규.
매일 오가며 우리 집에서 낮잠을 잘 때는 많지만, 온전한 밤잠을 자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은규 옆으로 자러 가는 내게 집사람이 말했다.
"애인 옆에서 잠을 자니 좋겠수."
"그럼, 첫날밤인데…."
새근새근 자는 은규가 가끔 깰듯 뒤척였다.
그럴 때마다 토닥토닥…
나는 어릴 때부터 잠결이 무척 밝았단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내가 대여섯 살일 때도 두살 아래의 여동생이 자다가
깨려는 기척을 보이면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동생을 토닥거렸다고 했다.
잘 자던 은규가 갑자기 잠을 깨더니 "응애" 소리를 냈다.
토닥토닥∼, 그런데 도무지 자려하지 않고 놀고 싶어했다.
시계를 봤다. 한창 잠을 자야 할 2시 40분이었다.
허리띠로 가슴에 안고 마루와 작은 방을 오가며 잠을 재웠다.
겨우 잠 들었다. 새벽 3시가 넘었다.
다시 잠든 은규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잠든 은규의 볼에 내 빰을 살며시 갖다댈 때 새근거리 내뿜는 숨결이 얼마나 감미롭던지,
내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손을 만지작거리면 감촉이 얼마나 부드럽던지,
앙증맞을 만큼 조그맣고 귀여운 발을 조말락거리고 있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아지던지…
천사가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새 비몽사몽의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은규가 눈을 떴다.
옆에 누운 나를 보고 환히 웃었다.
가슴에 꼭 안았다.
은규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고, 내 어깨를 토닥토닥거렸다.
지난 밤 내가 은규에게 했던 것처럼….
무슨 말인지 옹알옹알…,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밤새 옆에서 잤던 할아버지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천사의 선물은 바로 행복이었다.
은규를 안고 마루로 나갔다.
집사람이 은규를 받아 안으며 내게 물었다.
"첫날밤 좋았어?"
"그럼"
"우리 첫날밤보다?"
"당근이지, 천사와의 첫날밤이었는데…."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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