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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행복한 시간

2014. 3. 19. 수요일

휴가다.

10시쯤 색소폰 가방을 메고 동호회 사무실에 갔다.

레슨을 받는 월요일이 아니고는 처음 들른 동호회인데도

벌써 연습하는 이들도 있고, 잡담을 나누는 회원들도 여럿이다.

1시간 가까이 연습을 했더니 약속시간이 되었다.

‘예루살렘 정형외과,

다른 병원에서 MRI를 찍어가면서 6개월 동안 무릎을 치료했는데도

별로 나아지지 않아서, 아니 최근에는 오히려 더 시큰거려서….

작년 봄, 영등포에서 유명한 병원에서 잘 치료되지 않았던

엄지손가락의 ‘방아쇠 수지증’을 주사 한 방으로 낫게 했던

‘예루살렘’이 생각나 예약을 했던 것이다.

원장님께 종전의 병원에서 ‘슬관절 슬개건염’이란 진단을 받았다는

진단내용과 치료받았던 내용을 설명드렸다.

종전 병원서 찍은 MRI 사진을 보고

또 촉진을 하고는 수술은 할 필요가 없다며

한 단계 더 높은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체외충격파 등 물리치료까지 마치고 다시 색소폰 동호회 사무실로….

회원들과 점심식사나 같이 할까했는데 모두 식사하러 가고 없다.

하긴 벌써 1시가 넘었다.

색소폰을 30분쯤 연습했을까?

세라가 전화를 했다.

“아빠 어디예요?”

“동호회에서 연습하고 있지.”

“보라랑 같이 백화점에 가려하는데, 은규를 데려갈까, 아니면 아빠가 보실래요?”

“내가 볼게, 2시 10분까지 갈게”

집에 들어서자 은규가 소리치며 할아버지를 반겼다.

보라는 은규를 내게 맡기고 세라와 함께 백화점에 갔다.

세라는 4시 30분까지 와서 어린이집에 있는 원준이는 데리러 가겠단다.

4시쯤 세라가 전화를 했다.

“아빠, 아직 백화점에 있는데, 원준이 하원 좀 부탁해요.”

내 그럴 줄 알고, 아기띠로 은규를 가슴에 안고 있었지….

가슴에 포근히 안겨 잠든 은규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참 사랑스럽다.

한잠 든 은규를 안고 어슬렁어슬렁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했다.

“원준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둘째 손자인가 봐요.”

원준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원장선생님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원장님”

“원준이 엄마랑 이모는 참 좋겠어요. 친정아버지가 이렇게 손자를 잘 돌보시니…”

“글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원준이가 가방을 메고 선생님과 함께 나왔다.

“원준아,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는 게 좋아? 엄마가 데리러 오는 게 좋아?”

“엄마랑 할아버지랑 다 좋아, 그런데 할아버지가 더 좋아.”

“왜?”

“……”

“원준아, 할아버지 혼자 오는 게 좋아? 은규랑 같이 오는 게 좋아?”

“은규랑 같이 오는 게 좋아요.”

“왜?”

“은규는 동생이니까.”

원준이랑 이야기하는 게 시끄러웠나? 은규가 눈을 뜨고 원준이를 보고 있다.

“원준아, 은규가 형아를 보고 싶었나봐. 봐봐, 은규가 잠을 깨서 원준이 보잖아.”

원준이는 두 손으로 은규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은규야, 사랑해”

은규를 안고, 원준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곰 세 마리’를 부르던 원준이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손가락으로 편의점을 가리켰다.

과자를 사달라고 하나 싶어 나는 돈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나를 부를 때 “하부지” 하던 우리 원준이가 또박또박 말했다.

“하라버지, 원준이 데리러 올 때는 돈을 가져와야지…, 목이 엄청 말라요.”

과자가 아닌, 목이 마르다는 말에 나는 또 거짓말을 했다.

“할아버지가 호주머니 한 번 뒤져볼게, 어 여기에 돈이 있구나.”

금방 얼굴이 환해진 원준이 나를 편의점으로 끌었다.

바깥세상이 신기한지 은규는 안긴 채 풀쩍거리고,

스포츠 음료수 병을 꺼낸 원준이는 인사를 했다.

“하라버지 고맙습니다.”

‘고맙긴…, 오히려 내가 고맙지’

채 1km도 되지 않는 원준이의 하원 길.

할아버지는 원준이랑 은규랑 사랑을 쌓는 길이다.

하루의 피로는 어느덧 씻기고,

세상시름은 다 사라지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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